삼성전자가 64비트 아키텍처의 아이폰5S 대응에 나섰다. 애플 아이폰5S가 일반 소비자용 스마트폰 역사상 첫 64비트 아키텍처를 채택했다고 강조하자 삼성전자도 차기 스마트폰에서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각) 가디언, BBC,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무수한 외신들이 삼성전자가 차기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이라는 국내발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단시간 내에는 힘들지만 다음 스마트폰들에서 64비트 프로세싱 기술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폰5S가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64비트 프로세서와 OS를 발표하며 ‘데스크톱급’ 모바일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64비트 프로세서 채택은 몇 가지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OS의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세서와 단말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64비트라고 해도 지원 운용체계(OS)가 32비트라고 하면 큰 의미가 없다. 애플도 아이폰5S에서 64비트 아키텍처를 적용하며 iOS 7도 64비트 OS로 재설계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64비트로 재설계해줘야 한다. 커널 코드, 라이브러리 등을 포함해서다. BBC는 “32비트용 OS는 최대 4GB의 메모리까지 액세스할 수 있지만 64비트용 OS는 이론상으로는 160억GB 램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메모리 지원이다. 프로세서가 64비트라고 해도 메모리의 용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64비트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의 하이엔드 스마트폰은 2~3GB 램을 지원하는데 64비트 프로세서에 걸맞은 메모리 용량은 최소 4GB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들은 아이폰5S의 64비트 아키텍처에 대해 ‘마케팅 용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앱이다. 모바일 앱들도 64비트를 지원해야 진정한 64비트 모바일 환경을 즐길 수 있다. 갤럭시에서 64비트 환경을 즐기려면 구글이 64비트 안드로이드 OS뿐 아니라 앱 개발자들에게 기존 앱을 64비트로 이식하기 위한 툴(SDK)도 제공해야 한다.
프로세서와 OS가 64비트를 지원한다고 해도 64비트 앱들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역시 반쪽짜리다. 아이폰5S와 iOS 7은 32비트와 64비트 앱을 동시 지원한다. BBC는 “MS 윈도 환경이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가는 과정을 모바일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전력 설계와 배터리가 네 번째 해결 과제다. 64비트 프로세싱은 그래픽이나 실시간 렌더링 등 고성능이 요구되는 앱을 구동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또 메모리 용량도 최소 4GB 요구하고 64비트로 재설계되는 앱들은 조금씩 코드 사이즈가 늘어난다. 배터리를 더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야 하지만 물리적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프로세서나 앱이 저전력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
가디언은 “64비트 안드로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64비트 칩을 소개한다고 해도 64비트의 혜택을 온전히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신 삼성은 업계 첫 옥타코어를 발표했다”며 애플과 삼성전자의 프로세서 경쟁이 비긴 셈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서버용 64비트 ARM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서버 업계는 고집적 서버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 ARM 기반 프로세서를 서버에 탑재하려는 시도가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RM과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ARM 기반 64비트 서버 CPU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달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은 ARM 코어를 재설계해 자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계약이다. 애플, 퀄컴도 이 계약을 맺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