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략 대신 시장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
애플이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동시에 내놓으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승부수를 띄웠다. 스마트폰 왕좌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다시 맞대결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선점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맺어온 중국·일본 통신사업자와도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제품에 초점을 맞춰온 혁신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자 시장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고 새 제품 `아이폰5S` `아이폰5C`와 iOS7 정식 버전을 선보였다. 애플이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이와 함께 처음으로 중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하고,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와 협력을 공식 발표했다.
애플이 이날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5S는 지문인식으로 `보안(security)`을 강화하고, 64비트를 지원하는 A7 칩을 처음으로 탑재해 `속도(speed)`가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홈버튼에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홈버튼의 디텍션링이 터치ID 센서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문인식 기능은 아이폰 잠금 해제는 물론이고 앱스토어 등에서 결제를 위한 인증 역할도 한다. 카메라와 배터리 성능도 개선했다.
하지만 지문인식 기능을 장착하고, 64비트 칩을 탑재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어 아이폰5 출시 때 제기된 `혁신 부재론`이 다시 제기됐다.
색상은 금색, 은색, 스페이스 그레이 세 가지다. 가격은 2년 약정 기준으로 16GB 199달러, 32GB 299달러, 64GB 399달러다.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아이폰5C도 공개했다. 아이폰5C는 아이폰5와 하드웨어 사양이 거의 비슷하고, 배터리 용량이 조금 커졌다. 케이스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블루, 화이트, 핑크, 옐로, 그린 다섯 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가격은 2년 약정 시 16GB 99달러, 32GB 199달러다.
애플이 새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성능보다 변화된 시장 전략이 더 주목받았다. 1차 출시국 9개를 보면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스마트폰 핵심 시장 위주로 꾸렸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맞춤형 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1차 출시국에 처음으로 중국을 포함시켰고,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금색 아이폰5S도 출시하기로 했다. 중저가 제품인 아이폰5C도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겨냥한 카드로 풀이된다.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도코모와도 새로 손잡았다.
삼성전자가 비교우위에 있던 중저가 모델과 중국과 일본의 주요 통신사에 나란히 진출하면서 향후 삼성전자의 텃밭을 애플이 얼마나 잠식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이번 신제품의 타깃으로 삼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NTT도코모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한편 아이폰 신제품이 발표된 미국 현지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애플 매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고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할 때 소비자들이 열광하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는 게 현지 평가다.
새 아이폰은 미국에서 13일 예약 접수를 시작하며 20일 판매에 들어간다. 국내에는 연말께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