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과 예술이 만나는 경계`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 위치에 대한 이경훈 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런던 금융중심부 `시티오브런던`의 중앙인 런던 홀본 비아덕트에 위치한다. 홀본 비아덕트는 금융가이면서도 디자이너 등 예술인이 많이 활동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연구소에서 창밖을 보면 패션이 뛰어난 사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유럽디자인연구소가 이곳에 위치한 이유는 타깃 소비자인 중상류층의 삶과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다. 이경훈 소장은 “영국인은 유럽에서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그들만의 색깔과 멋이 있고 그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개소 후 처음 이달 3일 언론에 공개한 연구소 내부는 몇몇 독특한 조형물이 비치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파티션과 벽이 없다. 심지어 회의실도 경계만 나눠져 있을 뿐 별도의 벽이 없다. `브레인스토밍` 때문이다. 이경훈 소장은 “누구나 편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며 “다른 연구원들이 특정 과제를 논의하고 있으면 언제라도 거리낌 없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인력은 약 50명이다. 디자인 전공자부터 마케팅·심리학 심지어 어문학 전공자 등 다양하다. 연구소에는 `라이프스타일 랩(LRL)`과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이 공존한다. LRL은 가족·건강·교통·일·음식·의류 등 잠재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태도로부터 미래 제품의 해답을 찾는다. PIT는 1.5~2년 후에 등장할 선행제품 연구를 맡는다. LRL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PIT가 제품 콘셉트 연구, 필트 테스트, 프로토타입 개발 등을 거쳐 콘셉트를 확정 후 각 사업부와 제품 도출에 나선다.
이윤철 삼성전자 전략마케팅 상무는 “2006년부터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시장을 리드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었다”며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분석하고 해석해 단기 관점보다는 소비자가 중기에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포커스를 둔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연구소를 한국과 영국 이외에 미국, 인도, 중국, 일본에 운영한다. LRL은 미국, 호주, 인도, 중국, 싱가포르에 뒀다.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기획물은 PIT를 통해 다양하게 구현한다. 북미 4도어 프렌치 냉장고, 듀얼뷰 카메라, 유럽형 스마트TV 인터페이스, 중국 백라이트 키보드 노트북, U-벤딩머신 등이 대표 개발작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대표는 “프리미엄 생활가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럽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며 “유럽디자인연구소와 LRL은 2015년 세계 가전 1등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영국)=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