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7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NSA와 다른 정보기관이 자행하는 감시활동을 비난하고 독일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을 질타했다.
야당 녹색당과 해적당, 좌파당 등 시위 주최 측은 2만 명이 운집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자체 집계치를 밝히지 않고 “주최 측이 밝힌 숫자와 다르다”고만 말했다.
시위는 `공포가 아니라 자유를(Freedom Rather Than Fear)`이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졌으며 참가자들 중 일부는 `감시를 멈춰라` 등의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프리즘(PRISM) 덕분에 정부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마침내 알게 됐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꼬는 플래카드도 있었다.
연사로 등단한 카이 우베 슈테펜스는 “NSA 같은 정보기관이 뻔뻔스럽게도 세계 전화통화와 인터넷 접속을 염탐하고 있는데, 국민 보호가 핵심 역할인 우리 정부는 변명으로 (국민을) 달래려고만 한다”고 규탄했다.
지난 5일 새로 폭로된 문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이메일·은행거래·전화통화 등 광범위한 온라인 통신의 보안 수단으로 쓰이는 암호화 방식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방식으로 암호화된 데이터도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정보기관이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뉴욕타임스, 비영리 온라인 매체 프로퍼블리카, 가디언에 제공했다. 앞서 지난 7월 27일에도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35개 도시에서 정보기관의 감시활동을 성토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독일에서는 NSA의 감시활동에 독일 정보기관이 협력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야당이 반발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부인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