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 A+++를 받아라.`
가전업계가 유럽시장에서 에너지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가전제품의 대형화 및 다기능화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서 전기료가 비싼 유럽 시장에서 고효율 절전 제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고효율 에너지 제품 소비 권장도 한몫을 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매년 10~15%가량 전기료가 올랐다.
보쉬는 세탁기에 사용하는 브러시(솔)를 제거하고 자성을 이용해 세탁할 수 있는 동력장치인 `에코 사이언스 드라이브(Eco S챠ence Drive)`를 공개했다. 이 기술은 세탁력은 더 강력하면서도 소음과 에너지 사용을 줄인 것이 특징으로 `풍력 터빈 기술`에서 응용했다. 보쉬 관계자는 “브러시를 제거함으로써 세탁할 때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고 이것이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전기료 부담을 갖는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이다”고 강조했다.
지멘스도 생활가전 제품을 사용할 때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추천하는 `고객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솔루션은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을 제시해주고, 어느 시점에 어떤 전력원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지를 알려준다.
밀레는 태양열을 이용한 스마트 그리드 생활가전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밀레 에너지 관리시스템`으로 가정에서 비축한 태양에너지를 가전제품 가동용 전력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드럼세탁기·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의 에너지 절약 비율이 높게는 80~90%에 달한다고 밀레 측은 소개했다. 식기세척기는 가열장치 없이 태양광으로 물을 가열해 최소 45℃의 온수를 공급해, 9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한다. 이 기술을 채택한 밀레 모든 가전제품은 A+++를 받았다.
삼성전자도 유럽 에너지 효율 A+++를 받은 에코버블 드럼세탁기와 의류건조기를 출품하고 고객 잡기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유럽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건조기 시장에서 고효율 제품이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건조기에 의류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채택, 의류의 상태에 맞는 건조기능을 제공해 소비자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도 전기료와 물 값이 비싼 유럽 소비자 요구를 수용한 현지 특화 제품을 선보였다. 세탁기는 유럽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인 `A+++`보다 40% 이상 효율이 뛰어나다.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에코 하이브리드` 세탁기와 건조기도 출품했다. 에코 하이브리드 건조 겸용 세탁기는 물과 공기 건조 방식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공기 건조시, 건조 1회에 30ℓ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번 행사 출품을 계기로 에코 하이브리드 세탁기와 건조기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12개국에 출시한다. A+++를 받은 `바텀 프리저 냉장고`와 `식기세척기`도 출품했다.
유럽시장에서 가전업계의 에너지 효율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가전제품 전시의 특징으로 에너지 효율을 꼽을 수 있다”며 “전기료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고효율 제품을 대거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에너지 효율등급 A+++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한번 인증을 받으면 시장에서 일종의 진입장벽을 쌓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베를린(독일)=김준배·김시소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