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한창 학점 관리에 신경 쓸 시기다. 요즘 대학생이라면 취업 스터디를 시작했을 법도 하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이사 회장이 창업을 한 게 정확히 30년 전 대학교 3학년 때다. 1983년 8월 15일 청량리 맘모스호텔에서 비트컴퓨터가 탄생했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기업 역사의 첫 페이지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그것도 어떻게 호텔 스위트룸에서 창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SW 기술 경쟁력에 자신을 갖게 되면서 창업에 나섰고, 호텔을 선택한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류대 출신도 아니고, 사업 경험도 없고,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의 경쟁력은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라고 생각했다”며 “변두리에 위치한 호텔이라 이용이 뜸했던 스위트룸에 사무실을 차리고 출퇴근·청소·냉난방 걱정 없이 일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30년을 맞았다. 기술 트렌드가 짧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그것도 SW 시장에서 30년 동안 사업을 이어온 것은 말 그래도 `경이로운` 기록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조 회장은 비트컴퓨터의 장수 비결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꼽았다.
그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보다는 함께 살 수 있는 밀림과 같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확고한 신념”이라며 “비트교육센터를 만들어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여해 온 게 비트컴퓨터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30년이 불모지에서 터를 닦은 시기였다면, 앞으로 30년은 옥토에서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격의료 사업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체 시장 환경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SW가 각광받고 있고, 우리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다양한 산업에 컴퓨터·모바일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것처럼 의료 부문은 `원격의료`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될 것”이라며 “어차피 가야하는 길이라면 `퍼스트무버`로서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미 관련 기술과 노하우는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SW산업협회장으로서의 목표는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을 꼽았다. SW 제값을 못 받아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인재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다짐이다.
조 회장은 “잘못된 SW 구매·발주 시스템을 이제라도 고치지 않으면 새로운 `한강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앞장서 SW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에 구매하는 환경을 만들면 민간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