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습관을 바뀌기가 쉽지 않듯이 우리 사회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과 사회적 약속이 그것이다. 억지로 변경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전통은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일상에서 국민정서법이 헌법보다 상위법에 비유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정책 수용여부를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한 때 정부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구정 대신 신정을 장려한 적이 있다.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눈치를 보면서 신정을 지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정부가 바뀐 후 새해 1월 1일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땅의 넓이를 가리키는 평(坪) 대신 `㎡`를 사용토록 한 정책 역시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가 보다 정확한 크기를 나타낸다고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가시성 측면에서 평(坪)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 알림판에는 병기표시를 하거나, 아예 `평`만을 이용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우측보행` 캠페인이 벌어졌다. `우측보행! 함께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는 포스터도 지하철 버스 정류장 여기저기 나붙었다.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이라는 노래에 익숙한 30∼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해답은 서울역, 종로3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통로에 가면 나온다.
안행부 정책 중 우리 전통과 맞짱을 뜨는 게 있다. 바로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둔 `도로명 주소`정책이다.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3.4명,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유정복 장관까지 나섰다. 유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은행연합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 대량 우편물을 자주 보내는 업계로 구성된 `주소전환 민관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민간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전통과 정책의 대결에서 최후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