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김승주 교수 "스마트 가전 보안, 미래 경쟁력과 직결"

해커 놀이터가 된 사물인터넷

지난 4월, AP통신 트위터 계정이 해킹됐다. 백악관이 테러를 당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트윗이 유포됐고 미 증시는 급락했다. 이런 혼란이 인터넷에만 국한된 얘기일까.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스마트 가전에서 이런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상황은 같지만 영향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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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 교수는 “트위터가 아닌 TV 뉴스에 `백악관 테러,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자막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파급력은 트위터와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가정이 아닙니다. 얼마 전 스마트TV를 해킹해 가짜 자막을 송출하는 시연을 선보였습니다. 스마트TV 해킹은 미래가 아닌 현재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스마트TV 카메라가 해킹에 악용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증명해 충격을 줬다. 김 교수의 문제제기에 제조사는 카메라를 차폐식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쓸 때는 카메라를 가려놓으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이다.

김 교수는 “이런 해결책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국내 제조사가 스마트 가전 보안문제를 경시하고 있는데 향후 심각한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킹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일단 한번 성공하면 빠르게 방법이 공유된다. 지난 7월 블랙햇 보안콘퍼런스에서 스마트카를 해킹한 한 해커는 자신의 블로그에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미 대다수 해커들의 관심이 PC에서 스마트 가전으로 이동한 상황. 국내 가전업체들의 보안문제 해결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미 미국 상원에서 스마트 가전 보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실제 법이 만들어지면 보안 취약 제품의 수출이 막혀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가전제품은 고령자와 어린이 등이 함께 쓰는 만큼 보안 업데이트가 쉽게 이뤄지는 `유저블시큐리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구체적 실현 방법도 고객 눈높이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스마트 가전 보안 인식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보안 정책이 아직도 PC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가전을 중심으로 보안 관련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며 “일본은 이미 2년 전부터 정부가 나서 스마트 가전 관련 보안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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