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불보듯, 정책금융 잉여인력 집합소 만드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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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국내 조선·해양 플랜트 산업이 정부의 시대착오적 계획으로 경쟁력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편 대상인 정책금융기관마저 이례적으로 금융위의 탁상행정을 꼬집으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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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는 선박금융공사 설립대신 부산에 해양금융종합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각기 분산돼 있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선박금융 인력을 모아 부산으로 통합시킨다는 게 골자다. 관련 인력은 약 60여명 선이다.

금융위는 이전 기관간 해양금융 협의회를 구성해 선박금융과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산된 선박 인력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니 내실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정책금융기관은 이번 금융위의 개편안에 대해 선박·해양 플랜트 시장 현실을 반영 못한 `무지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해양금융종합센터 계획에 필요한 유관 시장 전수조차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을 조선과 해양 플랜트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인접지역에 위치한 선박 관련 기업의 위치와 규모, 수주량 , 분야별 금융 니즈 등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현대, 삼성, 성동, SPP 등 대형 조선소 위주로 금융 지원 계획을 짜맞추다보니 정작 부산 근접지역과 지방 소재 중소형 조선사와 해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얼 만드는지 아무런 시장 조사가 안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선박 관련 금융 업무를 이중, 삼중으로 해야 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조선과 해양플랜트 보증, 보험, 대출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곳은 재경 관련 부서인데, 국내 중형 이상의 조선 기업은 모두 핵심 인력이 서울에 위치했다. 참여 민간 은행도 규모가 큰 자금 집행 의사 결정 인력이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빠른 의사결정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규모가 큰 보증, 대출 업무가 발생하면 다른 기관에서 배치된 인력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각자 본사와 협의해 의사를 결정, 이 안건을 또 다시 관련 기관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관련 정책금융 기관 내부에선 핵심 인력을 선박 관련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배치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신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기관 내에서 업무능력이 평균 이하인 잉여 인력을 부산 센터로 보내려는 작업이 극비로 이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결국 의사결정 과정에서 옥상옥 경쟁이 각 기관별로 벌어지게 뻔하고, 본사에 상시 보고할 보조인력 형태로 통합센터가 꾸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 기관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가 꺼내든 `해양금융 협의회` 구성도 이미 기존 정책을 재탕한 `쇼`라는 비판도 거세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지역 중소기업 수출지원과 해소를 위한 원스톱 지원기관으로 수출지원 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미 이 협의체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파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중기청 등이 이미 구축한 협의체를 선박금융으로 포장해 비슷한 개념의 협의체를 재탕해 만들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중기청 수출 지원센터 협의체 운영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참여 인력도 무슨 안건으로 협의를 해야 하는지, 실제 각 기관별로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금융위가 이 협의체를 아무런 검증 없이 선박금융에 도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표] 국내 조선·해양 플랜트 세계 시장 점유율 자료-클락슨(clarkson)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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