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대대적 조직개편…일부선 `숙청` 우려 제기도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강성모 총장 취임 6개월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남표 총장 시절 보직을 맡아왔던 인사들의 `보복인사`라는 지적도 내놔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22일 교내 KI 빌딩 1층 퓨전홀에서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오는 9월 1일자로 시행하는 학내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전체 간부급 규모를 159명에서 98명으로 40%가량을 줄일 방침이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교학·대외·연구·ICC 등 4명의 부총장 체제에서 ICC 부총장을 뺀 3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ICC는 당초 KAIST가 ICU(정보통신대)와 통합하면서 ICU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만들어놨던 보직이다. 통합 4년 만에 역할이 줄면서 사라지게 됐다.

부원이 5명 이하인 팀은 팀장직을 없애기로 했다. 처장과 부장 역할이 겹친다는 판단에 따라 부장직은 총무부장과 시설관리부장, 진료부장만 두고 모두 없애기로 했다. 팀이 두 개에 불과한 부도 있었다.

학장은 13명에서 8명으로 줄이고 처장과 부장, 팀장은 각각 25명에서 12명, 22명에서 3명, 95명에서 72명으로 축소한다.

이외에 `학생`관련 부처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역할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옴부즈퍼슨(고충처리담당원)을 두고, 행정처 직속으로 고객만족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교학부총장 산하 학생정책처와 학생생활처도 부처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이와 함께 KAIST 이사회가 지적한 효율적인 연구비 집행 등을 위해 대외부총장이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겸직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1단계다. 2단계 개편안은 내년 3월 1일 시행한다.

오준호 대외부총장은 “조직개편이라기 보다 조직 재설계라고 부르는 게 맞다. 현 조직은 90년대 만들어져 다시 짤 필요가 있었다”며 “이사회 통과하기 전까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부총장은 또 “교수협의회와 노조, 학생대표까지 모여 협의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건데, 헤게모니나 파벌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한두 명에 불과한 얘기는 이제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강한 톤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규호 교학부총장은 “세분화된 팀의 벽을 허물고, 효율적으로 `근육질`의 조직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오는 29일 이사회를 거쳐 미래부 승인이 나면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AIST 한 관계자는 “KAIST가 조직개편을 빌미로 신파벌을 만들거나 특정 집단이 헤게모니를 움켜쥐고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며 “남들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KAIST는 되레 보복인사 논란에 빠져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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