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전력위기와 강도 높은 절전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인 하절기 전력수급기간은 지난주로 마무리 됐지만 막바지 폭염에 전력당국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력위기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제는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전력위기의 이유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주요 요지는 정작 전력위기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국민이 그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난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곳은 가장 많은 전력을 쓰면서도 낮은 전기요금을 지불하는 산업계, 납품비리 문제를 일으킨 한수원, 전력 수요예측을 잘못한 전력당국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의 전력난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지 장본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 전력난의 인과가 공급능력이 여름과 겨울 피크전력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임을 감안하면 그 원인은 보다 종합적이어야 한다. 전원설비 건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현상, 낮은 전기요금, 전기 과소비도 지금 전력난의 원인일 수 있다.
최근 전력업계는 “공급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전력사용량이 많은 것인가”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사용량은 OECD 평균의 1.7배다. 산업용, 가정용, 냉난방용 수요 분류를 차치하고 전력사용량이 높은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공급능력 부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여름과 겨울에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절대적 부족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에는 전력난 주범으로 몰리는 산업시설들이 모두 가동해도 전력에 여유가 있다. 물론 통일을 대비해 제공해야 하는 북한쪽 전력공급 능력까지 감안하자는 공급량 위주의 해법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면 하나의 해답은 나와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위기는 공급능력 부족보다는 전력사용량 특히 여름과 겨울의 피크기간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책임론을 따지자면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에 있는 셈이다.
얼마 전 환경부는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발표하면서 감축방법으로 냉난방기 온도조절, 승강기 운행횟수 조절과 같은 행태개선에서 가장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습관에 따른 에너지절감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누구나 전력위기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