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더워도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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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는 `시원한 은행이나 큰 빌딩에 가는 게 최고의 피서법`이라 했지만 지금은 어딜 가도 폭염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해진 용어 `블랙아웃` 때문이다. 재난영화 제목처럼 이제는 시골 할머니 귀에도 익은 말이 됐다. 블랙아웃 공포를 주무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서 설명한다. 마치 재난을 선포하듯 행동수칙까지 발표한다. 이 즈음되면 애국자라면 당연히 에어컨의 스위치를 내려야한다. 그래서 더위에 지치고, 공포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지친다.

어떤 고통이 왔을 때 인내하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고통의 끝이 언제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끝이 있는 고통을 극복하는 자제력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는 위협 요인은 스트레스 고통에 갇히게 한다. 2년 전 그 여름 이후, 국민은 더위보다 더 뜨거운 끝이 없는 에너지 절약의 대장정을 달리고 있다.

에너지 절약, 절전 등 반복되는 구호에 익숙하지만 정작 에너지 과잉이나 전기 낭비에 제대로 노출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펑펑 써본 적도 없는 전기를 이제는 무조건 `셧 오프`해야 한다. 이러니 도대체, 왜, 우리만 등의 용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살림살이가 빠듯해 세금, 요금을 내지 못하면 당장 독촉장이 날라 온다. 심지어 연체자나 개인파산자가 되기도 한다. 기업은 회계, 생산, 세일즈 예측 관리에서 실패하면 유동성 위기, 대량 재고 등으로 일시적, 장기적 부도를 겪는다.

반면에 전력시장은 예외인 것 같다. 국민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력담당기관의 부정확한 예측에 대한 결과물을 준비 없이 받아들이고, 마음껏 써보지도 못한 전기에 대해 부족함을 느껴야하고, 노력도 해볼 것 없이 그냥 오프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일시적 현상도 아니고 하절기, 동절기 할 것 없이 대국민 담화문을 들어야한다. 바로 지금이 절전해야할 순간이라고.

만약 개인이나 기업이었다면 이미 파산과 부도가 났을 것이다. 더욱이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도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이라는 게 또 한 번 실망하게 만든다. 숫자로 열거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 수요관리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꼬집어 말한 것이다.

국민은 결과론적으로 책임질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앞서 책임지고 좋은 결과물을 내기를 바란다. 지금의 어려움을 인내하는 최선의 방법, 즉 끝이 언제인가를 알려주고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정부, 공·사기업, 국민이 삼박자 합심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더위와 추위를 극복할 범국가적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그동안의 전력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수급 불균형에 의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삼박자를 맞춰 창의적 전기에너지 해법을 만들어야한다.

그 해법이 바로 `창조형 스마트 그리드`다. 이는 공급자 위주의 기존 전력망시스템을 180도 바꿔 소비자 눈높이 맞춰 상품을 사고팔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전력생산, 계통, 분배, 판매를 수행하지만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도적 지원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형 상품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기업은 하위 단의 스마트 플러그에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를 사고파는 서비스 툴 등을 개발한다. 절약에 참여할 국민은 플랫폼 중에서 절감에 효과가 있을 상품과 서비스까지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전기를 사고파는 규칙을 만들고 저렴한 시간에 사고 비싼 시간에 팔고, 때로는 태양광,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설치해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팔 수 있는 시장을 열어준다면, 단언컨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스마트 그리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참여하는 능동적인 절전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 ceo@omnisyst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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