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미래창조융합협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창조경제가 새 정부 최대 슬로건이 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협회와 학회가 유행처럼 설립되는 상황이다. 언뜻 비슷한 협회의 하나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미래창조협회는 좀 남다르다. 먼저 미래부 출범 이후 등록된 첫 직속 협회다. 대부분 단체가 국내가 대상이지만 해외 기업·대학·기관 등을 모두 아우른다. 다른 단체 회원사는 미래부 성격에 맞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집중돼 있지만 협회는 모든 업종을 포괄한다. 이 때문인지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이례적으로 1시간 넘게 진행한 행사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창덕 초대회장(54·고려대 교수)은 “실현 가능한 창조경제 모델을 보여 줘 일자리와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창조경제는 모호한 모델입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뜻풀이 뿐입니다. 기껏해야 이스라엘이나 미국 실리콘밸리를 배우자는 수준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에 적합한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실현 가능한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정 회장의 말은 빈 말이 아니다. 협회 출범전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청와대, 미래부 등에 제시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협회가 역점을 두는 분야가 `창조경제대학원대학교`다. 창조경제를 이끌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모호한 창조경제를 실현할 일꾼을 발굴하고 키워내자는 발상이다. 이미 경기도 양평에 건물 부지 등은 확보한 상태다. 정부 지원과 재원 확보가 남은 과제다.
“창조경제는 인재가 핵심입니다. 기본동력은 과학과 정보기술입니다. 이를 융합하고 여기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보태 일자리와 신성장 분야를 만들고 창업을 독려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자원이 바로 인재입니다. 생태계를 위한 시작이자 마지막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 현장 능력으로 무장한 창조경제형 인재가 많이 배출될수록 창조경제 실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창조경제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창조성을 강조해 온 `창조 전도사`다. 1990년 후반 일본·미국 등 선진국을 둘러보며 결국 창의성이 국가 경제력을 높이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련 자료를 모아 왔다. 대학 강단에 서면서 직접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을 독려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방송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방송국`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세종시 자문위원장을 맡아 직, 간접적인 정책 조언을 아까지 않고 있다. 협회 출범 첫 해지만 다양한 사업 발굴에 확신을 갖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창조경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컴퓨터공학 사례를 볼 때 인프라는 통합하고 애플리케이션은 분산해야 시너지가 납니다. ICT와 과학과 같은 인프라는 합쳐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비스와 앱은 확산될수록 성과가 큽니다. 협회 활동도 이 기조에서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융합모델 발굴, 인재 양성과 함께 협회가 역점을 두는 또 하나의 분야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미 미국 UCLA, 일본 JIST, 인도IT공과대학, 필리핀 멜라코전기회사, 중국 태안과 하얼빈대학 등과 교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정 회장은 “과학과 ICT 등 일부 기업의 기술과 역량만으로는 시장을 만들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어렵다”며 “협회 네트워크를 기반한 사업 모델, 기술, 상품 등을 융합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주춧돌을 만들어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