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남해안 적조피해 지역을 방문해 “적조 발생에도 R&D(연구개발)를 해서 근본적인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제 거의 모든 정책문제가 직간접적으로 과학기술과 관련되기 때문에 적조문제를 과학기술 R&D로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동안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복지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도 야기했다. 이제는 개발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행정수단이 됐다.
이를 반영하듯, 각 부처는 자신의 영역과 관련한 출연연구원(이하 출연연)을 산하에 두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부분의 출연연이 미래부로 소속을 바꾼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야별 부처와 모두 관련돼 있다.
공공문제의 과학적 해결의 주인공은 출연연이다. 출연연이 이같은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R&D 기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출연연은 출발 당시에는 해당 분야 공공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설립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부처의 정책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또 일부 출연연은 상당수 개발을 민간부문에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한다. 아웃소싱은 민간의 능력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공공과학기술을 이용해 해결하려 할 때는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웃소싱을 하려면 주인이 더 많이 알고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경 시대에도 아웃소싱이 있었다. 머슴을 두고 힘든 농사일을 주인은 비껴갈 수 있었다. 주인이 머슴보다 일찍 일어나 농기구를 닦고, 하루 일과를 정하고, 아침을 준비하는 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일을 머슴에게 맡기는 게으른 주인은 점점 더 가난해져 심하면 주인과 머슴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민간으로부터 아웃소싱을 하려면 출연연은 민간보다 그 분야에서 더 전문적이고 뛰어나야 한다. 정책개발이나 행정업무 지원 때문에 고유의 개발 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민간부문에 주도권을 상실하면, 공공문제의 과학기술적 해결은 어려워진다. 출연연 중심의 공공문제의 과학적 해결을 위하여 이 부분을 반드시 정비해야한다.
다음으로, 공공문제를 과학기술을 이용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과학기술적으로 공공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인드 즉, `과학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적조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했으면 하는 대통령의 생각이 바로 과학 마인드이다. 각 부처의 장관과 공무원들은 모든 문제해결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하려는 이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마인드가 확산될 때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이다.
또 현재 우리는 어떤 문제도 한 분야의 과학기술 지식만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 지식이 동원돼야 문제가 풀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을 이용한 문제해결에서도 융합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새 정부에서는 여러 부처에 산재한 출연연을 미래부로 소관을 옮겼다. 이제 융합연구를 통한 국가적 과제의 과학기술적 해결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지게 된 셈이다. 미래부에 `공공문제 과학기술적 해결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적조문제를 포함하여 모든 공공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대통령의 과학기술 마인드를 환영하며 미래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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