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전트렌드를 주도하는 한국과 일본의 가전양판점이 중고제품을 앞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첨단 제품 수요와 함께, 불황 극복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전제품을 구매하려는 알뜰 소비족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전시 제품을 중심으로 중고 제품 판매에 나서며 재고 소진에 힘을 쏟는다. 일본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중고제품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어 주목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국내 가전양판점은 각 지역 매장에서 전시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시제품은 가전양판점이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가전제품의 디자인·기능·성능 등을 고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한 제품이다. 포장재가 없고 일정 기간 방문객이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중고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 등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제품은 내부 전원을 켜지 않고 전시해 새 것과 다름없다”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전시제품은 시중가격보다 2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에 전시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각 매장에 쌓인 재고 수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해 판매량을 늘리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전시제품 판매는 단종을 앞둔 모델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각 지역 지점이 재고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전시제품 판매를 진행하지만 본사가 직접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시제품에 국한된 국내 업계와 달리 일본은 대규모 중고제품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가전유통 전문업체 빅카메라 그룹은 도쿄 아키하바라 소재 자사 가전양판점 소프맵(Sofmap)에 중고제품 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프맵은 7층 규모 빌딩의 한 층을 전부 중고제품 유통 채널로 활용하며 상시 노트북PC 1000대, 스마트폰 600대, 비디오게임 5000개를 전시하고 있다.
소프맵 중고제품 코너는 일반 고객이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사들인 후 다시 자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 중고품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판매 신청을 하면 소프맵 직원이 거주지를 방문해 물품을 수거한다. 접수된 물품은 품질 검사를 거쳐 가격을 책정한 후 현금이나 소프맵 포인트로 고객에게 환급한다. 소프맵은 고객에게 사들인 제품에 일정 이윤을 붙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판매한다. 소비자와 가전양판점이 직접 연결된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다.
소프맵 한 직원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TV, 스마트패드, 명품 지갑, 고가 손목시계, 피규어 등 다양한 중고 제품군을 구매·판매하고 있다”며 “가전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서 기존 제품을 팔고 신제품을 구매하려는 새로운 소비성향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맵 이외에도 많은 일본 가전양판점이 중고제품 유통망을 구축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도쿄(일본)=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