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있는 특성화고인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한 학년 6개반 중 2반을 게임과로 운영중이다. 10년 째인 이 학교 게임과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과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학생이 중소게임사 개발자로 취업하고, 산업체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도 게임과의 매력이다. 여기에 지난 2011년부터 산업체 근무자 군 면제 혜택을 받고 있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과가 인기과로 발돋움한 데는 졸업 후 문제 해결 외에도 청소년들이 다양한 게임을 학교에서 체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성인 교사는 “게임에 빠진 학생들이 처음 입학할 때만해도 부모들 걱정이 많았다”면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게임 개발 원리와 기획, 프로그래밍 단계를 배우면서 학생도 바뀌고 부모도 마음을 놓는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동아리 활동이라고 전했다.
방과후 학습으로 진행되는 동아리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e스포츠, 게임 개발, 보안프로그램 개발 등 활동이 다양하다. 지도교사 1명이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선후배간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조다. 외부 초청 전문가가 참여해 e스포츠나 프로그램 개발을 지도하기도 한다.
김 교사는 “방과 후에도 남아 e스포츠나 게임 제작 등에 학생들이 직접 나서면서 저녁에도 불이 꺼질 날이 드물다”며 “부모들에게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 특성상 산업계와 연계가 많은 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은 물론 게임 산업에 공헌하는 역할이 큰 이유다. 국내 게임회사 전문가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거나 현장 프로젝트 실습 시간을 통해 직접 부딪히면서 학생들은 경험을 쌓고 미래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은 1주일에 10시간 현장프로젝트 실습시간을 통해 팀작업을 게임업체와 함께 진행한다.
김 교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 파고든 게임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셧다운제 이후 부모 아이디로 게임을 즐기는 등 오히려 그늘만 더 커지고 있다”며 “게임에 빠져든 학생들을 말리기 보다 다양한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e스포츠를 학원스포츠로 적용하는 것도 새로운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기성 세대의 눈으로만 게임을 바라보기 보다 학생과 아이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