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4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메모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6일 보도했다. 수요 증가 추세인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2위 도시바가 내린 결단이다.
두 회사가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새로 짓는 곳은 미에(三重)현 요카이치(四日)시다. 투자비 4000억엔(약 4조5384억원)은 양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양산 시점은 2014년이다. 현재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생산량은 300㎜ 웨이퍼 기준으로 월 45만장 수준이다. 신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여기에 10만장 내외가 추가된다. 전체 생산량이 2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신공장 라인은 16~17나노 공정이다. 현재 도시바 낸드플래시메모리는 19나노 공정으로 만든다. 회로 사이 폭을 나타내는 공정이 미세해지면 하나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메모리를 생산한다. 도시바는 미세 공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IHS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37%로 1위, 도시바가 31%로 그 뒤를 잇는다. 도시바는 대규모 투자와 첨단 생산 기술로 삼성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 가격이 폭락했다. 떨어진 가격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스마트폰 붐 덕분에 지난해 여름부터 상승세를 탔다. 재고가 바닥났고 가격도 뛰었다. 64기가비트 기준 플래시메모리는 2012년 7월 4.5달러 안팎에 머물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7월 7달러까지 올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 보고서를 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세계 메모리 시장은 올해 5.9% 성장한 603억6000만달러(약 67조3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성장세는 2015년까지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역시 전망이 밝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효자다. 애플이나 삼성전자뿐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업체까지 낸드플래시메모리 구매가 줄을 잇는다. 데이터센터도 플래시메모리 주요 판로다. 빅데이터 활용과 클라우드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가 증가일로를 걷는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의 대규모 투자가 바닥까지 떨어진 일본 반도체 산업의 유일한 돌파구라고 진단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 기업이 절반 이상 차지하면서 `히노마루(日の丸, 일장기를 뜻하는 말) 반도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에 덜미를 잡힌 일본은 급히 합종연횡 카드를 꺼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전기가 반도체 사업은 합쳐 르네사스를 만들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 NEC는 D램 사업을 맡을 엘피다를 설립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르네사스는 주력 쓰루오카(鶴岡)공장 문을 닫았다. 엘피다는 마이크론에 팔렸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일본세는 도시바의 메모리와 소니의 이미지센서 정도에 불과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