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갑의 횡포 개선할 표준계약서 마련됐다…현장 실효성은 의문

그동안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소유했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기여도에 따라 제작사도 나눌 수 있게 됐다. 또 제작 후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은 프로그램도 방송사가 완성분 제작비를 지급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주먹구구식 관행이 만연했던 방송 시장에 갑의 횡포를 개선하기 위한 첫 단초로 표준계약서가 마련된 셈이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방송프로그램 이용 권리와 수익 배분 등을 규정한 계약서다. 이번 표준 계약서의 가장 큰 골자는 프로그램 저작재산권을 방송사와 제작사가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그간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와 공동 제작해도 저작재산권을 일괄 소유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별도 판매해도 제작사는 전혀 그 수혜를 얻지 못했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부담하는 제작비 세부내역을 명시하고 프로그램 납품 후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는 때에도 완성분의 제작비를 지급한 것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이는 제작비 지급과 사용의 투명화를 위한 조치다.

출연료 등 미지급금 방지를 위해선 제작사가 방송사에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거나 출연료 등을 지급할 때까지 방송사가 제작비 지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계약 내용 위반과 계약 해지 등에 따른 손해배상은 이미 제작된 횟수의 제작비를 포함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출연자를 위한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도 마련됐다. 출연료 지급일을 방송 다음 달 15일 이내로 한 것과 미지급금 발생 시 방송사가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출연자 표준계약서는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에도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과 촬영일 이틀 전까지 대본 제공, 1일 최장 촬영시간 18시간, 일방적 계약 해지 시 전체 출연료 가운데 10% 지급, 재촬영 7일 초과 시 비용 지급 등의 내용도 담았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표준계약서가 대중문화예술과 방송영상 분야의 지속 발전과 공정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표준계약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가이드라인이어서 이른바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방송사가 과연 이를 따를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독립제작사 난립 등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방안도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총괄팀장은 “부실 드라마 제작사들이 더 이상 난립하지 않게 독립제작사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인희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방송사 편성기준을 투명하게 해 불법편성으로 인한 방송사 횡포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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