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박근혜정부, 에너지 정책 실종-멈춰 선 해외자원개발 정책

에너지 정책 이대로 좋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새 정부 눈치보기 입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이야 부서를 옮기면 그만이지만 산하 공기관들은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 고위 관계자의 쓴소리다. 지난 정부의 성공사례로 꼽혔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현 정부에서는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공기업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해외 사업을 접거나 철수했다. 정부의 자원개발 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했던 공기업은 지난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새 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된 석유·가스 신규사업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삼성물산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의 신규 진출은 단 한건도 없다.

2011년 41건, 2012년 18건으로 지난 이명박정부 때 공기업이 추진했던 자원개발 사업과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공기업 출자예산도 2011년과 2012년 각각 8900억원, 9103억원에서 올해는 5600억원으로 예산 자체가 대폭 삭감돼 국회를 통과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중지시켰다.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호주 볼리아 동광산, 호주 화이트클리프 니켈, 페루 셀레딘 동·아연 광산 3곳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3곳은 지금까지 총 37억원이 투입됐지만 고스란히 비용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현재 광물공사는 고정식 사장 취임 이후 암바토비 니켈 프로젝트와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에 집중하고 있다.

석유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카자흐스탄 광구를 처분하고 우즈베키스탄 탐사광구 사업 종료를 의결했다. 카자흐스탄 남카르포브스키 광구는 탐사자원량이 780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지만 채산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매각이 추진됐다. 페루 사비아, 캐나다 하베스트, 카자흐스탄 숨베 등 상업생산이 가능한 지역 역시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생산만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스공사도 동티모르 해상 탐사사업 광구에 대한 1∼2기 탄성파 탐사·시추 결과 개발 전망이 낮은 것으로 판정 받은 4개 광구(A·B·C·H)를 반납했거나 반납을 승인 받을 예정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셰일가스와 관련된 광구는 상황을 지켜보며 계속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급감했다. 정부는 한국석유공사 등 해외자원개발을 담당하는 에너지 공기업 3곳의 예산 가운데 2300억원을 삭감했다.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국가 에너지안보를 생각한다면 자원이 비싸더라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난 정부에서 자주개발률이 높아진 것도 해외자원개발 노력 덕분”이라며 “4~5년간 공들인 해외 네트워크와 직원들의 노력이 지금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정책과 예산 홀대, 네트워크 단절로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며 “지난 1997년 IMF 당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매각했던 근시안적인 정책을 재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업무가 바뀌어 떠나면 그만이지만 정부 지시로 사업을 진행했던 공기업들은 해당사업 실패로 이어질 경우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며 “공기업 경영평가를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과 함께 평가가 연계되도록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단위:%)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출자 예산 현황(단위:억원)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슈분석]박근혜정부, 에너지 정책 실종-멈춰 선 해외자원개발 정책
[이슈분석]박근혜정부, 에너지 정책 실종-멈춰 선 해외자원개발 정책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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