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영업·배달용 냉동탑차 268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량도 많은데다 냉동장비 때문에 무게도 많이 나가 연료 소비량이 상당하다. 지난해 한달 평균 주유량만 9만3923리터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사한 거리를 주행하면서도 월 평균 8만3000리터로 전년 대비 11%가 넘게 줄었다. 연비로 따지면 5.1㎞에서 5.7㎞로 600m가 향상됐고 비용으로 계산하면 연간 2억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비결은 사물통신(M2M)이다. 해태제과는 차량 M2M 솔루션 전문기업 하누리티엔과 손잡고 냉동탑차 268대 전체에 3세대(G) 이동통신 모듈을 탑재한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부착했다. DTG 부착은 올해 말까지 모든 화물차가 의무사항이지만, 이를 통신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운행기록을 관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대형 화주 기업 중 해태제과가 처음이다.
박정희 해태제과 물류운영팀장은 “해태제과는 소매상에 제품을 배달하는 차량을 전량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유류비 절감이 곧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M2M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전을 독려할 수 있어 도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기존의 차량관제시스템은 위치추적만 가능했던 것에 비해 M2M을 이용한 차량관제는 위치뿐만 아니라 급제동·가속과 공회전, 과속 등 연료를 낭비하게 만드는 운전행위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 DTG에서 개별 차량의 이러한 운전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서버에 보낸다.
김선숙 물류운영팀 차장은 “굳이 영업차량을 운전하는 직원에게 운전 성적을 알려주지 않아도, 데이터가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쁜 운전습관을 버리게 된다”며 “비용 절감과 함께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비 절감뿐만 아니라 이동거리와 실적을 종합한 데이터를 뽑아 영업활동의 효율성 제고도 가능하다. 해태제과는 자사가 보유한 모든 차량으로 M2M DTG 부착 범위를 확대하고 판매량과 유류비 절감 데이터를 종합해 직원의 KPI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차량 M2M을 이용해 비용 절감과 친환경을 추진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초기 DTG 장비 구입비와 통신사 회선 비용이 들어도 유류비 절감 폭을 고려하면 대부분 5년 내 투자대비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해 유제품 배달용 유류비만 180억원 규모를 쓰는 서울우유도 지난달 SK텔레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유제품 운송 배달차에 M2M을 위한 DTG를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년 원단위 1%씩 절감해 나간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재욱 서울우유 물류본부장은 “서울우유 조합 전체 에너지 소비 중 물류가 70%를 차지한다”며 “M2M 도입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환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탑차 268대 M2M 도입 전후 유류사용량 비교(단위:리터)
자료:해태제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