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음주부터 숙취까지…알코올을 말하다

과학의 출발점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과학은 미래를 읽는 코드로까지 진화했다. 우리 주변은 한 꺼풀만 뒤집어 바라보면 호기심 천국이다. 새로 시작하는 `사이언스 in 라이프`는 생활 곳곳에 숨겨진 과학 현상을 쉽게 풀어주는 코너다.

[사이언스 in 라이프]음주부터 숙취까지…알코올을 말하다
Photo Image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는 머리에 포도송이로 만든 관을 쓰고 있다. 술의 신으로 불리는 디오니소스는 포도로 술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설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이 처음 입에 댄 술은 포도주처럼 발효주라는 것이다.

#1. 술에는 발효주와 증류주가 있다. 과일이나 곡식 속에 포함된 당을 발효해 나온 에탄올로 만든 술은 발효주다. 포도에 포함된 당분(포도당C6H12O6)은 탄소·수소·산소로 이뤄져있다.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면 완전히 분해돼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들어낸다. 산소가 부족하면 미생물(효모)이 당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해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생성한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효모와 함께 참나무통에 밀봉시켜 발효시키는 이유다.

맥아로 만든 맥주, 쌀로 만든 탁주·청주, 포도로 만든 포도주(와인)가 대표적이다. 증류주는 알코올 끓는점인 78.3%도로 발효주를 끓여 기화한 알코올을 다시 액체로 만든 후 만든 술이다. 청주나 탁주를 증류시키면 소주,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 포도주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2.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또 다른 이름은 `광기의 신`이다. 술에 취한 사람이 주사를 부리는 형태가 아닐까. 과도한 음주 다음 날 숙취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술 속에 포함된 에탄올은 인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만, 역시 과음은 금물이다.

사람은 몸에 들어온 독소 대부분을 간에서 해독한다. 에탄올도 일종의 독소로 받아들여 간에서 분해 작업을 수행한다. 간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인 알코올 디하이드로게네이즈(ADH)와 시토크롬 P450 2E1이 있다.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위와 장에 흡수돼 혈관으로 옮겨진다. 간에 도달한 에탄올은 알코올 분해 효소로 인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중간 물질로 변한다. 아세트알데히드도 두통·구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보통 `술이 덜 깼다`고 말하는 숙취 과정은 체내에 아세트알데히드가 남아 있어 몸에 고통을 주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분해물질인 ALDH와 만나 아세트산과 물로 변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3. 알코올 분해효소는 사람마다 체내 보유량이 다르다. 술을 몇 병이나 마시고도 얼굴색하나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잔만 마셔도 취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더라고 하더라도 에탄올을 분해하는 간에는 치명적이다.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분해효소 중 시토크롬 P450 2E1은 분해과정에서 활성산소(ROS)를 계속 만들어낸다. 활성산소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면 세포가 신호를 주고받거나 기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환경적인 스트레스로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세포 구조를 손상시킨다. 6월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 원인을 규명한 최흥식 전남대 교수는 “알코올이 들어가면 체내 핵 호르몬 수용체가 시토크롬P450 2E1을 만들도록 지시한다”며 “증가된 알코올 분해 효소가 활성산소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간에서 발생된 활성산소는 간염을 유발하는 간 손상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또한 알코올 중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란 문구가 술병마다 붙어 있는 배경이다.

#4. 허준이 쓴 의서 동의보감에는 “술을 많이 마셔 간장과 대장이 망가지는 것을 치료하고 술독을 푸는데 헛개나무가 불가사의 할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학자 이시진이 엮은 의학서 본초강목에도 헛개나무는 “술독을 풀어주고 구역질을 멈추게 하며 벌레 독을 물리친다”고 기록돼있다. 전통적인 숙취해소 요법만큼이나 최근 헛개나무 성분을 첨가한 음료가 인기다. 한 헛개차 제품은 지난 30개월 동안 분당 30병씩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간을 보호한다는 헛개나무 효능은 인증만 된 상태다. 즉 과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지는 않았다. 최근 고려대와 광동제약 산학협력단이 `헛개나무 열매의 간 보호효과 및 알코올 분해에 의한 숙취 해소 효능`에 대한 공동 연구에 들어갔다. 김영준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통해 헛개나무 성분의 알코올 분해와 알코올성 간 손상 후 기능 회복효과를 측정한다. 연구결과는 오는 10월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