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71>브리꼴레르가 글을 쓰는 한가지 방식(2)

모든 글은 첫 한 줄부터 시작된다. 한 줄을 쓰지 않고 백지 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 영원히 글을 쓸 수 없다. 머리만 하얗게 유지될 뿐 글은 써지지 않는다. 첫 한 줄은 일상에서 얻을 수 있고 옆 사람과 대화하다 얻을 수도 있으며, 지나가다 광고판을 보고도 얻을 수 있다. 번뜩 떠오르는 영감의 한 줄기를 잡기 위해서는 영원히 고생할 수도 있다.

위대한 생각은 처음부터 위대하지 않았다. 작은 아이디어를 붙잡고 이런저런 생각과 이리저리 시도하다가 조금씩 수정돼 발전해가면서 비로소 마음에 드는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완벽하게 글을 쓰려다 완벽하게 글을 쓰지 못한다. 모든 시작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완벽하게 준비하다 완벽하게 시작도 못할 수 있다. 뭔가 시작하면 뭔가 이뤄진다. 그런데 시작은 하지 않고 어떻게 시작할지만 고민을 거듭하면 고민으로 끝난다. 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나면 우선 생각나는 대로 마구 써본다. 그래야 내 생각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집에 가려고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왔다. 순간 연구실에서 고민했던 화두를 풀어줄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바로 차를 옆에 세워두고 메모장에 메모를 한다. 엉뚱한 생각이 기발한 글로 연결되는 때가 많다. 시작은 엉뚱했지만 일단 써놓고 여러 번에 걸쳐 수정을 거듭하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한 편의 멋진 글이 완성되는 때가 많다.

글감은 널려 있다. 다만 관심을 갖고 관찰하지 않을 뿐이다. 남다른 관심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에 물음표를 던져 시비를 걸어보라. 원래 그렇다고 치부했던 세계에 남다른 질문을 던져보라. 세상은 원래 그렇지 않고 물론 그렇지도 않다. 다만 내 눈이 속세에 길들여져 그렇게 보일 뿐이다. 글은 원래 그렇고 당연히 그러해야 된다는 물론의 세계에 시비를 거는 순간 시작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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