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금융권 태풍의 눈 `스마트 브랜치`

금융권 태풍의 눈 스마트 브랜치

해외 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까지 비대면 채널 확대 일환으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확대를 적극 꾀하고 있다. 스마트 브랜치는 스마트 금융기기 등 IT를 접목해 직원 도움 없이 고객이 스스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채널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전통 영업방식에서 혁신을 꾀하는 신 영업점 모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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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은행 고객은 송금과 상품 가입, 카드 발급까지 창구 직원이 아닌 IT기기로 소통하고 영상기기로 은행 본사와 투자 상담을 진행한다. 고객이 직접 금융거래를 수행한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젊은 층 대상으로 주로 시내 중심가나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운영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씨티그룹이 지점과 비대면 채널 융합(MIX)전략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스마트 브랜치 개설에 가장 적극적이다. 국내 은행도 2012년을 기점으로 너나없이 브랜치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마트 브랜치의 금융서비스 수준이 기존 채널과 큰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 아래, 투자 대비 실익은 성공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선뜻 스마트 브랜치 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과 연계 전략 등 차별화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확대로 지점 창구를 찾는 고객 수는 급감하고 있다. 스마트 브랜치는 미디어월, 미디어 데스크, 셀프 키오스크 등 다채로운 IT기기를 도입해 고객 유치와 개선된 편리성을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비대면 채널 활용도가 증가하는 반면에 대면 채널의 방문객 감소가 지속되면서 브랜치의 역할 변화가 제기되고 있다.

2011년 2월 씨티은행이 가장 먼저 국내에 브랜치 개념을 도입해 25개 지점을 스마트 브랜치로 전환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S20`과 `스무 살 우리`라는 스마트 브랜치를 개설했고, 국민은행이 2012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브랜치 지점을 여의도 IFC몰에 오픈했다. 기업은행과 농협 등도 앞 다퉈 여러 형태의 브랜치 지점을 오픈하고 있다.

이처럼 각 은행은 비대면 채널인 스마트 브랜치 지점을 통해 기존 결제 창구의 틀을 깨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내점 고객 감소에도 금융상품 구매 시 선호하는 방식은 여전히 브랜치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금융 상품 구매 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브랜치 방문 59%, 인터넷과 모바일 25%, 기타 16%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스마트 브랜치 동향은 IT기기 도입에 따른 거래 편리성 제고를 꾀하는데 방점을 찍는다. 때문에 자산규모가 많은 중장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소외로 한계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금융정보와 금융상품 소개 등 홍보 기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쇄형 광고물을 전자화한 형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멀티채널로서의 허브 역할을 꾀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오프라인 지점의 쇠락, 창구 다운사이징 급격히 진행

은행 비대면 채널의 업무처리 비중은 2005년 말 73.7%에서 2011년 말 87.9%로 확대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인터넷 뱅킹 중 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은행의 지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지점당 평균 임직원수는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대면 채널의 다운사이징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지점 형태인 스마트 브랜치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은행과 고객 입장에서 스마트 브랜치는 각기 다른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은 직접 업무를 처리함에 따라 사용자 중심의 경험이 형성된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며, 개설된 지역의 고객 성향에 따라 브랜치 기능을 특성화할 수 있고, 금융서비스 이용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신규 고객 유입에 브랜치만큼 탁월한 채널이 없다고 말한다.

금융 생태계가 조금씩 바뀌면서 스마트 브랜치를 신 영업채널의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브랜드 이미지 상승 플랫폼이 아닌 대면 채널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전체 금융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메인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브랜치, 멀티 채널(Multi Channel)에서 옴니 채널(Omni Channel)로

국내의 경우 상품 판매 채널로서 창구(대면 채널)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양면성을 띤다. 상품구매에 있어 좋아하는 채널 성향과 실질적인 구매 채널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딜로이트 유럽은행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 거래 시 비대면만을 전적으로 이용할 의향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대면 채널의 IT 도입 측면에서 틀을 깨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면 채널과 통합 관점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IT를 통한 전통적인 브랜치 확대는 기존에 시도됐던 복합점포(BIB), 숍인숍(BWB) 형태의 채널환경과 다를 바 없다. 국내 고객은 멀티뱅킹 성향이 높아 은행과의 관계에 있어 고객 주도권이 많은 편이다. 통합적인 브랜치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활용도가 급상승하면서 소비자는 시간, 공간에 제약 없이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검색을 활용하는 리서슈머(Research+Consummer)가 등장하고, 매장에서 체험 후 SNS로 의견을 수렴 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복합적인 구매 양상을 띤다. 옴니 채널은 이처럼 고객이 소통의 주도권을 갖고 소셜미디어, 인터넷, 모바일, 매장을 활용해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옴니 채널은 멀티 채널 개념과 유사하지만 여러 채널 간 연속성이 유지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멀티 채널이 채널 간 연계가 핵심이라면 옴니 채널 전략은 채널 간 융합이 핵심이다. 실제로 IDC 조사에 따르면 옴니 채널을 이용한 고객은 더 높은 충성도와 구매실적을 보였다. 최대 3.5배에 이르는 구매액 차이가 났다. 국내 환경도 스마트 브랜치를 활성화하는데 제약이 존재한다. 금융실명제 법 등 규제 리스크와 고연령 고객의 기기 이용 어려움, 적합한 금융상품 부재 등 기존 지점과 브랜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은 스마트 브랜치를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과 PC로 금융거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스마트 브랜치가 지점 개편 전략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대안 채널 중 하나로 기존 채널과 보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대안 채널이란 목표고객과 영업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지점의 상주 직원 수, 스마트기기와 상품 등을 차별화한 지점을 말한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하는 소형 지점으로, 단순거래는 ATM으로 자동화하고, 1인 직원이 핵심 상품 1~2개만 영업 하는 사례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 브랜치를 첨단화를 통한 기존 영업점의 재설계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며 “오히려 완전 무인화, 질 낮은 영상 서비스 등은 브랜치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는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바일과 인터넷 등 기존 비대면 채널과는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이용 빈도가 높은 타깃 고객군을 겨냥한 브랜치 규모, 입지 선정, 인력과 설비 구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 국내 스마트 브랜치 차별화 경쟁

씨티은행을 필두로 KB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 등 모든 시중 은행이 지난해부터 스마트 브랜치 개설에 뛰어들고 있다. 큰 틀에서 차별화를 이뤄내진 못했다는 평이지만, 고객 타깃군을 달리하고 IT를 융합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2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인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을 국제금융센터빌딩(IFC)에 오픈했다. 일부 스마트기기 배치를 통한 `보여주기식` 영업점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고객지향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담았다.

고객을 맞이하는 방법부터 남다르다. 고객이 업무를 보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셀프존`에는 고객용 단말기인 `스마트터치(Smart Touch)`를 배치해 고객이 빠르고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 터치는 셀프 업무처리뿐 아니라, 종이 신청서 작성을 대체하는 디지털 신청절차와 상담 연계까지 은행의 모든 업무를 알아서 처리해주는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다.

`스마트터치` 도입을 통해 제신고 등 간단한 업무는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 고객은 시간을 절약하고 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유용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스마트 브랜치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20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희대와 홍익대학교에 S20브랜치 지점을 설립했다. 거래 비중이 높은 20대 고객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일반 점포와 달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스마트 브랜치를 방문한 고객들은 하이엔드 ATM 기기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체크카드 발급, 예금통장 개설, 인터넷 뱅킹 신청 등의 다양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해 상품 안내장 등을 스마트 기기로 전송 받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도 2012년 9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 `스무살, 우리` 브랜드와 연계한 스마트브랜치 1호점을 오픈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2호점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스무살, 우리 스마트점은 `사전 입력`이라는 새로운 업무 단계를 만들었다. 영업점 내외부의 미디어기기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이에 감성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모델로, 신한은행과 차별화했다.

영업점은 크게 일종의 대형 미디어월 역할을 하는 미디어파사드(MediaFacade), 내부의 검색·체험영역인 미디어테이블(MediaTable), 이미징존(Imaging Zone), 업무영역인 스타트존(Start Zone), 플레이존(Play Zone), 상담영역인 컨설팅존(Consulting Zone)으로 구분된다.

업무 영역은 고객의 업무가 시작되는 스타트존과 본격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플레이존으로 구분되는데 거래 정보를 미리 입력한 고객은 번호표를 받고, 미디어테이블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면서 체감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플레이존에서 스마트ATM으로 실명확인·입력사항 확인만으로 거래를 완료한다. 고객이 모든 거래를 스스로 처리 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 영역이다.

컨설팅존에서는 학자금대출 등 금융상담 뿐 아니라, 스마트점 홍보에 참여하는 캠퍼스매니저 등 대학생 참여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특히 이화여대 앞에 오픈된 2호점에는 여성 전용공간인 파우더룸(Powder Room)까지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종이 없이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페이퍼리스를 지향한다. 노량진에 1호점을 개점했다. 셀프 디스크, 미디어월, 영상상담 시스템 등 첨단 IT기기를 설치하고, 학원가 밀집 지역 젊은 고객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예금거래는 물론이고 자동이체·인터넷뱅킹 신청 등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농협은행 스마트 브랜치는 금융결제원의 전자인증을 통해 종이 없이 거래가 가능한 페이퍼리스 지점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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