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특허분쟁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으로 `특허전쟁`이란 말이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됐다. 특허의 개념조차 생소했지만 일련의 특허 분쟁 덕에 많은 사람들이 특허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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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의 기본 개념은 `배타적 권리`, 즉 내가 발명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의 권리가 보호된다.

해외에서 특허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헌법에 특허 권리가 명시된 것은 미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특허를,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최강의 부와 영향력을 누리는 것도 특허와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문화와 법률 구조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에는 큰 공장이나 방대한 판매망이 없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최근 부각된 특허 분쟁을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미국 특허법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특허와 라이선싱 업무를 해 온 실무자로서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많은 특허 분쟁은 정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고, 특허권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도 특허 분쟁은 항상 있어 왔다. `특허전쟁`이라 부를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례도 많았다.

1800년대 중반 일어났던 이른바 `재봉틀 전쟁`이 특허 전쟁의 시초다. 재봉틀이 뭐 그리 대단한 기술이냐 하겠지만 당시에는 미국에서 산업 혁명을 이끈 변수 중 하나였다. 그만큼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16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이 변호사 시절 변론에 참여했던 곡물수확기 특허,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특허, 미 대법원까지 갔던 벨의 전화기 특허 등도 특허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 특허전쟁은 항상 혁신적인 기술이 나왔을 때 발생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특허 전쟁을 보는 시각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특허 분쟁은 단순히 특허시스템의 불완전함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마도 더 많이 감당해야 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소재부품 업계도 특허 시스템이 가진 결점에 불평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능동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매년 많은 돈을 특허 사용료로 지불한다. 아마도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있는 기업체나 연구소로 흘러 나갈 것이다.

로열티를 내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많은 물건을 만들어 넓은 해외 시장에 팔기 때문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 활동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이뤄낸 성과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제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기대 수준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 소재부품 업계도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창출해 그동안 지불한 만큼 또는 그보다 많은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03년을 기점으로 지불하는 로열티보다 받는 로열티가 많아졌다.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자동차나 스마트폰에서처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날을 기대한다.

박창해 프리스케일 부사장 changhae.park@freesc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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