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20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3500만원이 부정 인출된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구리시에 사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지난 16일 휴대폰으로 공인인증서 재발급 문자가 날아왔다. 시골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이라 문자를 늦게 본 A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계좌 조회를 했더니 수차례에 걸쳐 200만원씩 3500만원의 돈이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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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황당한 것은 마이너스 통장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의 입출금 계좌에 있는 돈까지 몽땅 빠져나갔다. 계좌가 이체된 은행은 우리, 씨티, 농협, 신협 등 다양했다. 계좌 주 이름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명의도 모두 달랐다. A씨는 “즉시 지급정지 요청을 하고 경찰서에 신고 접수를 했지만,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상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돈을 한꺼번에 계좌이체하지 않고 200만원씩 빼갔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300만원 이상 계좌이체를 받은 사람은 10분 동안 돈을 찾을 수 없도록 `인출 제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지급 정지 전에 돈을 인출하려면 300만원 이하로 돈을 이체해야 한다. 수사를 피하기 위해 200만원씩 여러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우리은행은 “사건 접수 후 경찰 수사와 함께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인인증서를 탈취하더라도 OTP카드 없이 돈을 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파밍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유출했는지가 관건”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보상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경찰서 사이버수사팀도 사건 접수 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돈이 송금된 계좌 추적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 명의로 돈이 분산 이체된 정황만 본다면 대포 통장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를 탈취한 해킹인지는 좀 더 보강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만일 공인인증서를 탈취한 해킹이라면 마이너스 통장까지 해커의 먹잇감이 될 처지에 놓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