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선언으로 20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달러 이탈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하반기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도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안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예상대로라면 FOMC는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기대에 부응할 것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속해 중반에는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재정정책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펀더멘털이 다소 나아졌고 재정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 이어진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현행 3차 양적완화(QE3)를 일단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9원 오른 연중최고치인 달러당 1145.7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식시장은 달러 자금 유출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37.82p(2.00%) 내린 1850.49로 장을 마치며 1850선에 턱걸이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보다 2.92%(4만원) 급락한 13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3.35%), NHN(-3.22%), SK하이닉스(-2.66%), 현대중공업(-2.58%), 한국전력(-2.41%), 신한지주(-1.57%), 현대모비스(-1.51%), KB금융(-1.41%), 삼성생명(-1.38%)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여파를 논의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주 금감원과 함께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하기로 했다”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추세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