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65>시상(詩想)과 책상(冊床): 시는 책상에서 쓰지 않는다?

시인들은 책상에서 시를 쓰지 않는다. 시인에게 세상과 일상이 모두 시적 상상력, 시상(詩想)을 떠올리는 책상인 셈이다. 시인은 하잘 것 없는 작은 일상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해 시적 영감을 받는다. 시인과 일반인의 차이는 시적 영감과 상상력의 차이다. 시상은 창백한 책상보다 삶의 다이내믹이 살아 숨 쉬는 일상에서 비상한다.

필자 역시 세상천지가 다 글을 쓰는 책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하고 한적한 장소나 조금 시끄러운 장소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마련되면 단 몇 글자라도 끄적거려 놓는다. 뭔가 영감을 주는 글귀나 광고, 간판의 글이나 재미있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이나 상품을 만날 때마다 즉시 메모하고 그 때 떠오른 영감을 받아 적는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은 그래서 적지 않는 자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상은 악상(樂想)과 비슷하다. 시를 쓰기 전에 시의 전체 이미지를 상상하듯이 음악을 작곡할 때도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미지를 상상한다. 상상은 현실 너머의 생각이다. 생각 너머의 생각을 이미지로 그리다보면 생각 너머의 생각, 즉 상상은 현실로 구현된다. 그런데 상상도 일상에서 만나는 구체적인 현실을 근간으로 발휘돼야 환상이나 몽상, 망상이나 허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일상을 멀리하고 책상에 앉아 환상이나 공상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시상도 악상도 시나 음악으로 창조되지 않는다.

시든 음악이든 현실의 문제점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 부딪히면서 겪는 아픔을 치유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일상이 곧 배움의 무대이자 창작의 터전이며 상상으로 비상할 수 있는 활주로다. 멀리서 답을 찾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자. 온천지가 다 아이디어의 보고이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꿈의 꽃밭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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