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라믹기술원이 고온에서 굽지 않아도 세라믹 특성을 낼 수 있는 무소결 세라믹 하이브리드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다른 소재와 사용이 용이하고 휘는 특성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세라믹을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먼저 스마트폰 NFC(Near-Field Communication)용 페라이트 시트(Ferrite Sheet)에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최근 세계 최초로 세라믹 하이브리드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굽는 소결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라믹이 깨지지 않고 보다 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세라믹은 전자기적·기계적 특성이 탁월해 정보통신,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나 세라믹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야 하기 때문에 녹는점(융점)이 낮은 다른 금속 소재나 폴리머 소재(고분자소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 소결 과정을 거친 세라믹부품은 단단하지만 쉽게 깨져 기기 신뢰성에 부담을 줬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가공이 쉽고 유연한 폴리머 소재와 세라믹 소재를 복합 사용했다. 세라믹 소재는 전체의 80% 정도, 폴리머 소재 함량은 20% 대로 유지해 굽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서 세라믹 특성을 그대로 발휘하고 유연성도 갖게 됐다.
기술원은 기술 상용화를 위해 먼저 페라이트 시트 상용화에 나섰다. 기존 세라믹 자성 분말을 사용해 소결 과정을 거친 페라이트 시트보다 박막 제조에 유리하고 공정 비용도 저렴해 경쟁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첫 응용 분야인 NFC도 보급 속도가 빨라 오는 2015년에는 전체 휴대폰의 50% 가까이 탑재될 전망이다. 이맘때면 페라이트 시트 시장 규모가 6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원은 또 점차 관심이 커지고 있는 플렉시블 기기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차전지,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OLED 시장에서는 고분자소재의 흡습성 개선을 위해 방지막 등의 핵심 소재로 세라믹 특성이 요구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종희 한국세라믹기술원 수석연구원은 “깨지기 쉽고 휘지 않는 등 기존 세라믹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하이브리드 기법으로 극복해 세라믹 소재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며 “소결 공정을 없애 가격 경쟁력과 제품 신뢰성을 확보해 기술 선진국인 일본과도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