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가두리 양식장` 전락
국내 대다수 벤처기업이 대다수가 대기업의 부품제조 협력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기업경영 평가 업체인 CEO스코어가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린 329개사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87.5%를 차지하는 288개 벤처가 전자부품이나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으로 조사됐다. 성공한 벤처기업의 대다수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 등은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 클럽` 벤처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6.8%, 당기순이익률은 3.7%였다. 2011년의 영업이익률 7.3%, 당기순이익률 5.1%에 비해서 나빠진 것이다. 이는 전통 제조업체의 이익률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보통 외국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를 넘고 국내에서도 최소 10%는 넘어야 자립형 벤처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000억 클럽` 벤처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은 업체는 14개 회사로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10%를 넘은 업체도 52개사로 15.8%에 그쳤다.
벤처업계에서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곳은 일부 IT서비스 업체들이다. NHN 등 검색포털,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 전자상거래 및 소프트웨어(SW) 업체로 구성된 이들 IT벤처는 24개(7.4%)에 불과한데도 `1000억 클럽` 전체 매출의 12.3%, 전체 순익의 66.0%를 차지했다.
특히 제조벤처 중에서도 가장 수가 많고 국내 수출의 근간을 차지하는 전자부품업체(73개)와 자동차부품업체(52개)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3.7%, 3.8%에 머물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결과적으로 대다수 벤처기업이 대기업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 `먹이(물량)` 공급을 줄이거나 끊으면 고사할 수밖에 없는 물고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벤처 활성화`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창업 지원보다는 벤처 주변의 자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대표는 “벤처기업 상위 1%에 속하는 1000억 클럽마저 대기업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벤처정책은 벤처기업이 거래처와 시장을 다각화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 벤처 1000억클럽 업종별 실적
* 출처:CEO스코어, 벤처기업 이력 기업 중 2012년 결산 기준 매출 1,000억 이상 기업 대상(단위:백만원)
![국내 벤처 대부분이…대기업 `가두리 양식장` 전락](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6/12/439734_20130612171156_461_T0001_550.png)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