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에 필요한 건 `인력` 보다 `인재`

연초 지방에 위치한 한 발광다이오드(LED) 제조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LED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대기업 계열사라 흔들림이 크지 않고 기술력도 꽤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었다. 업체 대표는 자사의 기술과 비전을 한참 설명하다 문득 “그런데 직원들이 자꾸 회사를 그만둬서 골치 아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Photo Image

대기업 계열사인데도 왜 이직이 많은가 반문하니 “지방에 위치한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쓸 만한 사람은 적고 LED 한다는 업체는 수두룩해 기술만 있으면 이직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두 번 핀잔을 들었다고 짐을 싸겠다는 사람마저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LED처럼 개화하는 시기의 산업에 인재가 부족한 것은 어찌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돼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하지만 3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에 인재가 부족한 것은 아이러니다.

용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SW업계에 부족한 것은 `인력`이라기보다 `인재`다. SW가 기피업종으로 분류돼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재야 개발자`가 적지 않을 점을 고려하면 인력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니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결국 문제는 인재 부족이다. 단순히 지시를 따라 작업하는 수준이 아닌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솔루션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한 것이다. 몇 개월 동안 학원이나 국비교육을 통한 공부로는 이 정도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SW 개발자의 상당수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양성되고 있다.

인력 양성과 인재 양성은 다른 문제다. 인력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짧은 기간에 양성할 수 있지만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SW 개발자 양성 정책이 세밀해져야 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인재가 필요한 기업을 위해 인력을 인재로 `업그레이드`하거나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