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홈쇼핑 판매수수료·송출수수료` 적정성 전방위 검증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가 홈쇼핑사업자의 판매수수료·송출수수료 적정성 검증에 나섰다. 정부는 홈쇼핑업계와 중소 판매업체 간 발생하는 전반적 판매수수료 인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사업자들은 수수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는 가운데 전체 판매수수료만 낮추기는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홈쇼핑 업계 현미경 검증 나서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부처는 지난달 28일자 본지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비밀` 보도 이후 최근 2, 3주간 수시 업계 회의 소집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홈쇼핑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34% 수준인 홈쇼핑 판매수수료를 백화점 수준인 29%까지 낮추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안정과 경제민주화 이슈 차원의 접근이다. 홈쇼핑과 중소 판매업체 간 불합리한 `갑을 관계`가 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미래부도 최근 홈쇼핑과 MSO를 중심으로 자료 요구와 각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방통위는 13일 6대 홈쇼핑업체 송출수수료 담당 실무진을 소집해 수수료 전반의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송출수수료는 방치하면서 전체 수수료만 내릴 수 있나

홈쇼핑업계는 반발 분위기. 판매수수료의 45% 수준을 차지하는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는 가운데 전체 판매수수료만 낮출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홈쇼핑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 수치로는 백화점보다 홈쇼핑의 판매수수료가 높지만, 여기에는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채널 이용 대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홈쇼핑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4.5%인데 판매수수료를 백화점 수준으로 낮추면 사실상 업계 이익은 제로가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송출수수료 협상은 유료방송사와 홈쇼핑 업체 양자 간 거래라며 방치하는 것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송출 수수료가 지난 3년간 2배 가까이 올랐고,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이 예상되는데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비용은 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받아야 하는 돈을 줄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업계 간, 정부 간 미묘한 입장차

업계 간, 정부부처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송출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사업자는 `채널협상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이뤄지며, 송출수수료 수입 확대는 전반적인 유료방송 시청료를 낮춰온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홈쇼핑 업계는 그간 송출수수료 인상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사실상 제조사·판매사에 이를 전가하며 사업을 영위해왔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가 전체 판매수수료 인하 요구에 나서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판매수수료 인하 카드를 뽑아든 공정위는 송출수수료 부분에서는 업계와 미래부·방통위의 영역이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미래부는 플랫폼사업자와 홈쇼핑 업계 간 합리적 송출수수료 계약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송출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플랫폼사업자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또 홈쇼핑업체의 수익 가운데 일부(영업이익의 최고 15%)를 방송발전기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방통위는 13일 회의에서 `방송법 제85조 2항`에 의거 플랫폼사업자와 홈쇼핑업체와의 채널 협상·계약에서 문제점이 없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판매수수료 인하는 소비자 효용증대와 물가안정, 중소제조사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정부는 단편적인 홈쇼핑과 제조사와의 거래 이외에 홈쇼핑사와 플랫폼사업자와의 관계 등 전체적 사업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매수수료=홈쇼핑 사업자가 제조사·판매사의 물건을 판매하면서 얻는 수수료. 여기에는 채널 송출수수료와 콘텐츠 제작비용 등이 포함된다. `판매수수료가 34%`라는 것은 1만원짜리 물건을 홈쇼핑에서 판매할 때 3400원은 홈쇼핑이 갖고 나머지를 판매사가 가져간다는 의미.

◇송출수수료=홈쇼핑 사업자가 플랫폼사업자(SO, IPTV, 위성방송 등)에게 채널 이용대가로 지급하는 금액. 홈쇼핑 사업자가 늘면서 업계 전체 송출수수료는 2009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8400억원으로 인상돼 왔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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