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자동차는 젊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 모델에 `XE`라는 트림 이름을 써왔다. 지금까지의 XE들은 외관과 실내를 일부 차별화했을 뿐,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런데 이번에 XE 트림으로 출시된 `SM5 TCE`는 엔진과 변속기를 달리해 성능까지 높임으로써 제대로 이름값을 하게 됐다.
새 심장 덕분에 신차는 19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SM5 2.0이 141마력, SM7 2.5가 190마력인 것을 고려하면 `SM5의 고성능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힘을 겨우 배기량 1.6리터, 정확히는 1618cc의 엔진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비결은 가솔린 직분사와 터보차저다. 업계에서는 엔진 배기량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대신 터보차저 등 과급기를 달아 힘 부족을 때우는 `다운사이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BMW, 포드 등이 앞장섰고 GM,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동참했다.
엔진 힘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변속기가 있어야 제 실력이 발휘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TCE는 변속기도 다르다. SM5의 기존 CVT 대신 국내 중형차 최초로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탑재했다. 수동변속기의 효율과 정확성에 자동변속기의 편리함과 부드러움을 조합시킨 첨단 변속기다. 포드, 볼보, 페라리 등 유명 브랜드에 납품되는 독일회사 제품을 썼다. 그런데 그간 여러 수입차에서 경험한 DCT와는 주행감이 다르다. 오히려 일반 자동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국내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여러 부분을 손본 결과라고 한다.
닛산에서 수입해온 엔진과의 조합은 썩 좋은 편이다. 반응 속도나 순간적인 직결감면에서는 DCT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일반적인 중형 세단 구매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반 자동변속기보단 당연히 효율이 높고, 기존 CVT와 비교하면 극적인 차이가 있다.
일단 출발을 하고 나면 2000rpm 직전부터 강한 추진력이 걸린다. 고속까지 밀어 올려주는 힘에는 그동안 국산 중형차에 기대하기 어려웠던 뿌듯함이 있다. 지금은 단종 되고 없는 SM5 2.5와 비교해도 만족감은 훨씬 높다. 제원상 수치와 체감 성능뿐 아니라 가속시의 음색, 평상시의 소음 등 종합적인 면에서 TCE쪽의 손을 번쩍 들어줄 수 있다.
다만,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야 반응이 오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반응이 늦다거나 힘이 기대만 못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좀 더 활기찬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운전대 변속 패들이나 스포츠 변속 프로그램이 없는 것, 그리고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보완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어쨌든 SM5 TCE는 2.5가 무색할 만큼 높아진 성능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2.0보다 좋다는 면에서 다운사이징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공인연비는 13.0km/l로, 동급 최고임을 자랑했던 SM5 2.0의 12.6km/l보다도 우수하다.
`XE`로 판매되는 신차의 가격은 SM5의 대표 트림인 `LE`보다 50만원 비싼 2710만원이다. 기본 사양이 동등하고 성능은 훨씬 높으며, 연비가 조금이나마 더 좋고 연간 자동차세까지 적은 점을 고려하면 LE대신 XE를 선택할 구매자들이 많을 것 같다. 회사 측은 SM5 판매량의 2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