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위기의식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됩니다. 지금처럼은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2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직원에게 내세운 `신경영 선언`의 주 내용이다. 당시 삼성은 이미 국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취임 7년차인 이 회장 눈에는 주변이 온통 위험으로 보였다. 지금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신경영`을 독려하기에 이른다.

삼성 신경영은 객관적 지표에서 성과를 냈다. 20년이 지난 지금 삼성그룹 매출은 13배, 시가총액은 44배나 뛰었다. 세계 어디에 가도 삼성 제품이 없는 곳이 없다.

신경영 선언 후에도 이 회장은 수시로 `위기`를 강조해왔다. `5~10년 후 뭘 먹고 살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2002년)`거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2007년)`라는 말이다.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일성 역시 `위기론`이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무너진다. 10년 내 삼성 대표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이 최고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미래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내부를 독려했다.

`기업에서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거나 `위기를 과장하면서 조직원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는 비판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문제를 읽지 않으면 답을 낼 수 없다.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혁신의 원천이다.

삼성이 7일로 신경영 20주년을 맞는다. 삼성도 계속 변화하며 새 도전에 나서야 한다. 안주할 때는 분명히 아니다.

시장과 기술은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삼성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앞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점검하는 데 더 몰입해야 하는 이유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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