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만화 히트작이 나오면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물론 완구와 레저산업까지 다양한 산업군으로 파급된다. 한국은 콘텐츠 원소스멀티유스(OSMU)를 위한 산업 간 연결고리가 아직도 부족하다.” - `신암행어사` 스토리 작가 윤인완 와이랩 대표
“작품이 실패하더라도 낙오하지 않고 창작을 계속하고 재기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 `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 작가
“부천의 만화 창작스튜디오가 작가간 교류와 안정적인 창작 환경에 큰 역할을 해줬다. 크고 작은 창작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흰둥이` 윤성필 작가
지난 4일 저녁 내로라하는 젊은 만화작가들이 삼청동에서 맥주를 마시며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쏟아낸 말들이다.
이날 `생맥주 미팅`은 모바일·인터넷 환경 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만화 창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창작 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국내 만화계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인 윤태호(`이끼`, `미생`), 곽백수(`트라우마`, `가우스전자`), 최규석(`습지생태보고서`, `울기엔 좀 애매한`)과 떠오르는 신인작가인 윤성필(`흰둥이`), 정다정(`역전! 야매요리`), 김신희(`죽음에 관하여`) 씨 등이 참석했다.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 확산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모아졌다.
윤인원 와이랩 대표가 만화를 중심으로 한 OSMU 연결고리를 확보하자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일본의 예를 들며 만화가 `고구말 줄기`처럼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지만 아직 국내 산업현장은 기반이 부족하다면서 정부 역할도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웹툰 가우스전자의 캐릭터를 활용해 머천다이징(상품화기획)을 준비중인 곽백수 작가는 웹툰의 인지도와 브랜드 효과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화 기획에 대한 초기 매칭투자가 있다면 산업규모를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준구 NHN 만화서비스팀장은 “네이버 웹툰 내 광고, 콘텐츠 유료판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 중”이라며 “새로운 플랫폼 확대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드라마 제작 등 새로운 시도들이 콘텐츠 산업 전반의 성공사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기초 창작에 대한 뜀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자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오갔다. 최규석 작가는 창작자의 성실한 실패가 용인될 수 있도록 예술인 복지사업이 현장 만화가에 도움이 되길 희망했고 창작공간 조성 필요성도 제기했다.
유진룡 장관은 “웹툰 같은 다양한 연재매체가 활성화되어 새로운 신인과 작품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유 장관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새롭게 편성된 만화산업 육성 자금 30억원까지 포함해 정부의 한 해 만화산업 예산이 100억원에 육박한다”며 “작가가 체감할 수 있는 만화창작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생맥주 미팅은 주로 밤에 작업하는 작가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저녁 8시, 삼청동에서 마련됐다. 유 장관 스스로가 `열혈강호`를 밤새워 읽고, 잡지 `보물섬`을 서류가방에 넣고 다니며 탐독할 정도로 애정이 깊은 것도 야간 간담회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화 연재매체 다변화, 만화 창작 지원과 해외진출 번역 지원 등을 담은 `만화 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