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조건이나 약속(특약)`이 없었다면 영화 상영 시 음악 공연권료는 물지 않아도 된다. 3일 소송 당사자들에 전달된 법원 판결문은 이를 명시했다. 저작권 단체의 무차별적인 공연권 요구도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
판결문을 받은 CJ CGV는 이달 안에 영화인을 대상으로 영화음악 공연권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영화계 종사자에게 법원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영화 음악 사용 가이드라인을 알릴 방침이다.
◇법원 “극장 상영 전제로 만들어져 공연권 요구할 수 없어”
법원은 영화가 처음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져 특약이 없는 영화음악에 대해서 별도 공연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문은 영화음악 `저작물의 영상화`에 해당돼 특약이 없는 때에는 공연 사용까지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제기한 특약과 영화상영이 별개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음저협이 주장한 특약은 영화 상영이 아닌 별도의 음반 제작이나 판매에 있어서 복제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음저협의 특약으로는 영화 음악 공연권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원은 별도 특약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예전 징수규정(2012년 3월 15일 이전 징수규정)에는 공연사용료를 지급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이 없었는데 음저협이 문화부의 업무정지 처분까지 받으면서 영화제작사와 별도 공연사용료 특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별도 특약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음저협은 이번 소송에서 사용신청서나 사용승인서에 `상영 목적 최초 복제 및 2차적 이용을 위한 최초복제에 한하여 승인함` `공연권,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 등은 별도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함`이라는 특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음악감독과 영화제작사 간 영화음악 직접 계약 가능
이번 판결로 음악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음악을 자유롭게 영화제작사와 직접 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판결 전에는 음악감독이 제작비가 부족한 영화감독에게 음악을 만들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었다. 음악감독은 음저협에 모든 권리가 신탁돼 있기 때문이다. 음악감독은 음저협과의 저작권신탁계약 약관에 따라 타인을 위한 창작 행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음저협은 음악감독계약 체결의 주체는 음저협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음악저작권대책위원회(영대위)는 신탁계약약관의 조항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판단, 공정거래위원회에 음저협을 신고했다. 영대위는 `음악감독이 개별 계약으로 자유롭게 사용허락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음저협과 CJ CGV 민사소송 결과에 따른다`는 합의서를 음저협과 작성해 취하했다. 이번 1심 결과 `음저협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결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음악감독과 영화제작사 간의 개별 계약은 유효하며 음악감독이 영화를 위해 창작한 OST는 음저협에서 신탁관리하는 음악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음저협은 1심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다. 해외 영화 음악 공연권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영상음악특례조항은 우리나라에만 있기 때문에 해외 영화 공연권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음악감독 개별 계약을 다루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