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 사장의 발언이 화제였다. 그는 현지 인터뷰에서 `부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시장을 뺏겼다`는 요지로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전략 제품인 `디자이어`에 AM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삼성전자가 갑자기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 부랴부랴 공급망을 바꾸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다.
사업 부진 핑계를, 그것도 3년 전 일로 삼은 것은 궁색하다. 사실 여부도 불투명하다. 큰 부품 고객인데 삼성전자가 단지 스마트폰 경쟁자라는 이유만으로 부품 공급을 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HTC가 바꾼 부품 공급사엔 소니뿐만 아니라 당시 소니와 삼성전자의 합작사인 S-LCD도 있었다.
그래도 HTC 사장 발언에 시사점이 있다. 바로 부품 공급망의 중요성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갈등의 씨앗도 결국 이것이다. 애플이 핵심 부품을 의존해야 하는 삼성전자를 통제하려다 벌인 싸움이 아닌가.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만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스마트폰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 1위 비결이기도 하다. LG전자, 팬택 역시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쉽게 조달하니 경쟁력이 있다. 이제 같은 이유로 중국 업체의 도전에 직면했다.
스콧 사이크스 화웨이 부사장은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6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레노버와 동일한 목표다. 두 회사가 이렇게 자신하는 게 바로 자국의 부품 공급망이다. 화웨이는 아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산 스마트폰 품질 향상보다 이러한 부품 공급망 발전이 더 무섭다.
우리 스마트폰 업체들도 긴장해야 한다. 국내 부품 협력사 경쟁력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부품 협력사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 피처폰부터 시작한 우리 부품업체들의 제품 품질과 납기 능력은 세계적이다. 외국 업체들은 이를 한국산 스마트폰 경쟁력으로 여겨 최근 한국 부품 업체에 `러브 콜`을 보낸다. 우리 스마트폰업체들이 단가 인하 압력과 병행한 물량 보장만으로 부품 협력사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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