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금융 역할론에서 비로소 출발해야 한다." "금융을 홀대한다면 창조경제는 거품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 운영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금융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금융권은 각종 민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금융지원 체계는 서민, 중소기업 지원의 컨트롤타워 없이 비효율적으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보다 세분화한 금융지원 체계를 만들고 중복지원 등을 막을 별도의 금융 컨트롤타워 신설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융 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비중을 앞으로 10년간 1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화두로 제시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벤처, 창업기업의 새로운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금융권의 참여와 새로운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금융권은 우선 벤처, 창업기업의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3년간 6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를 만든다. 6조원 가운데 1조8500억원을 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이 50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면 먼저 떠안기로 했다.
4·1 부동산 대책에 따른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금융권이 `하우스푸어` 채무조정에 들어가면서 올해만 2만2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효율적인 금융 컨트롤타워 없이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이중 지원 등의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는 최근 서민금융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행복기금, 연대보증 연체자 구제 등이 과거 발생한 채무로 고통받는 서민에게 재활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됐다면, 이번 개편은 채무를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빚을 질 수 있는 서민을 돕자는 취지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등 `중구난방`식 서민금융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이 운영 주체를 맡은 새희망홀씨, 금융위 햇살론, 미소금융재단 미소금융,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바꿔드림론,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프로그램, 한국은행 영세 자영업자 전환대출상품 등 6개 기관이 서민금융에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금융권의 중복지원이 박근혜정부가 창조금융을 실현할 우선 과제로 꼽힌다.
중기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300만개나 되는 다양한 기업들을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서 지원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전문가는 "기술혁신형과 서민 생계형 중소기업으로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창조경제에서 주목받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전체의 1.4%밖에 되지 않는다"며 "99%를 차지하는 생계형 소기업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