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과학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고생하며 쌓아 온 과학기술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방증입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 얘기다.
ITER 사업은 인류의 궁극적인 미래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EU,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선진 7개국이 공동으로 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국가 성장동력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래 중요 에너지 분야 가운데 하나인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세계 강국들과 나란히 서게 된 데는 정 단장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 국립공과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정 단장은 1986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며,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원자력 시설 해체 분야에 탁월한 연구 업적을 냈다. 특히 극저준위 방사성 액체 폐기물 자연 증발시설을 세계 최초로 실용화해 원자력연의 액체 방사성 폐기물 무방출에 크게 기여했다.
정 단장이 핵융합 프로젝트에 뛰어든 건 지난 2006년부터다.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장을 맡으며 핵융합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단장은 현재 ITER 사업 수행을 위한 국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 건설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산업체 및 기관들의 ITER 사업 참여에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국내 할당 조달품목 외에 타 회원국 및 ITER 기구로부터 이미 1750억원이 넘는 해외 조달품목을 수주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국가 과학기술 역량 확대와 더불어 국가 경쟁력 강화, 고용 창출 등에도 공헌했다.
정 단장은 지난 4월 과학의 달에 지난 30여년 간 원자력 및 핵융합 분야 기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 부문 혁신장을 수여 받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