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3>웹툰과 만화는 동격(?)

문화마케팅연구소 이호열 공장장(culturemkt@culturemkt.com)

만화만큼 콘텐츠산업과 어울리는 장르도 없다. 만화는 다채로운 시각 요소에 흥미진진 이야기가 있다. 다양한 매력 덕에 만화는 일찍부터 영화나 TV드라마·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생산됐다. 만화 주인공을 소재로 한 캐릭터산업은 만화 자체를 능가하는 상업적인 힘을 갖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만화계에 침체기가 찾아왔다. 만화방이나 도서대여점들, 만화잡지가 힘을 못 쓰고 거의 자취를 감췄다. TV와 영화에 그 자리를 완전히 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웹툰`이란 장르가 정립되면서 만화의 인기가 되살아났다.

초기 웹툰은 만화가 지망생 혹은 취미작품이 많아 수준이 출판만화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요소를 즐기는 독자가 늘어나면서 스타작가가 탄생했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시장을 키웠다. 출판 만화의 가로읽기 형식을 버리고 세로읽기 형식을 보편화 시킨 웹툰은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찾게 된다. 단순한 에피소드 나열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서사형 웹툰이 등장하게 됐다.

초기 웹툰이 장르로 자리를 잡도록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가 `강풀`이다. 독특한 그림체와 혼자서라도 해보겠다는 집념으로 결국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을 성공시켰다. 칸의 구분 없이 세로로 읽게 되는 그의 작품은 스크롤을 내리며 읽는 웹툰 형식을 정착시켰다. 읽기 방식의 변화는 시각적 효과를 위한 아이디어에 변화를 주었고, 무엇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만화를 보는데 적합하다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강풀은 `순정만화` 이후 서사형 작품에 주력해 연이어 성공했다. 내레이션이 많은 스토리 위주의 만화가 인터넷 독자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이후 웹툰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서사성이 강한 강풀의 작품은 대부분 영화화 됐다. `26년`을 비롯해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파트` `이웃사람` 등 멜로, 스릴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그의 작품은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만화가 콘텐츠사업, 특히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핵심적인 장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근 웹툰은 진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 장르를 명확하게 스스로 정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if 이미지 파일 형식 플래시 효과를 도입해 프레임에 갇혀 있던 만화를 움직이게 하는 시도다. 분명 출판물이 아닌 웹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상상력이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의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바로 `이것을 영화를 만들 수 있다`가 아니라 `이것은 영화랑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을 주는 원동력이다.

웹툰에 대한 문화계의 러브콜은 끊이지가 않는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 `패션왕` `목욕의 신` 등 화제의 웹툰에 대한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연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 것인지를 놓고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웹툰은 여전히 강력한 원천 소스다. 다만 웹툰이 완성하지 못한 아쉬운 점이 캐릭터 산업과의 연관성이다. 우리 생활 속에 미키마우스나 스누피 혹은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한 에반게리온 같은 캐릭터 상품들이 넘쳐나지만, 웹툰의 주인공들은 모니터를 뛰쳐나오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 산업은 웹툰이 모바일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발전하는 산업분야이다. 그 자체로 다양한 산업분야로의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본의 `포켓몬스터`는 수백 가지 캐릭터를 앞세워 만화 자체는 물론 캐릭터 및 게임 산업까지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OSMU 산업은 척박한 땅을 열심히 개간한 농부에 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땅은 개간되지 않았다. 그것이 땅이건, 농부의 기술이건 아니면 농기구의 문제인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OSMU 산업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으며, 누군가는 척박한 땅에나마 씨를 뿌려서 풍성한 가을의 수확을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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