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TV, 스마트폰,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거듭난 것처럼 자동차 산업도 융·복합을 통해 선도형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30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제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진로` 세미나에서 “자동차 산업이 창조경제와 융·복합을 접목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며 “이종 산업 간 협업과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분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전자산업이 디지털 및 스마트 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한 전장화로 대표되는 최근의 자동차 기술 혁신에 대응해 창조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 체질을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창조경제에 가장 적합한 견인차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자동차와 연관 산업 간 융합뿐 아니라 기술과 인문사회의 `통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세미나 기조발표에서 “자동차 산업은 파급효과와 핵심 역량, 경쟁사의 모방 난이도 등 제품과 서비스의 창조경제 적합도에서 스마트폰, 선박, 서비스 산업을 앞선다”며 “자동차가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 각국의 고유 창조경제 모델을 비교하고,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융합에서 창조경제를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과 사회 진화 속에서 제품이 같이 진화하는 창조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자동차와 인문사회, 법, 경영 등의 산업과 학문 간 통섭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 총장은 “최근 자동차 기술은 차량과 인프라,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융합과 통섭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이 하드웨어 역량보다 중요해져 심리학, 경역학, 법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와 산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기조발표에 이어 안병기 현대자동차 이사 등의 세션 발표 및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이종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자동차가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책 당국과 민간 기업의 역할과 진로를 논의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