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소외된 '글로벌 직류 표준화' 이러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교류(AC) 전력시스템을 300볼트(V) 이상의 단일 직류(DC)로 표준화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관심 부족 등으로 한발 물러난 상황으로 이들 국가 주도로 표준화가 이뤄지게 되면 전력 인프라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강점을 지닌 전자·전기 분야에서도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실증실험을 바탕으로 DC분야에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 후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29일 업계·학계에 따르면 미국·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은 글로벌 전기 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직류 표준화 작업이 한창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표준화 작업 참여가 극히 미진한 상황이다. IEC에 DC표준화 분과 위원으로 30명 안팎이 활동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름만 올려놓은 수준이다.

글로벌 DC 표준화가 단기적으로 이뤄질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일본 등이 강력히 나서는 상황이어서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본과 미국은 380V DC 표준을 강력히 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DC 표준을 연구해 왔으며 실증도 마쳤다는 점을 들며 자국 규격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보유 특허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표준화 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배현수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연구소 연구원은 “전기는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검증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경쟁력에 차이를 보인다”며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 잡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300V 이상 DC 분야에서는 미국·일본·EU 등 선진국의 시장 진출이 우리나라를 훨씬 앞선다. 일본은 2008년 IDC센터에 DC 전력을 도입했다. 또 샤프와 TDK는 2008년 DC 전력을 사용하는 `DC 홈(Home)` 개념을 제시했다. 도호쿠대학은 2009년부터 DC홈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도 미국전력연구센터(EPRI)는 DC 배전망에 필요한 초고속 전력 전자스위치를 개발 중이다. CPES는 `제로에너지 빌딩` 개념을 설계하고 직류배전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EU에서도 주요국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소규모 DC 망 실증을 추진 중이고, 일렉트로룩스는 DC 냉장고를 개발했다. 영국 벤트-액시아(Vent-Axia)는 DC 모터 기반 제품을 생산 중이며 덴마크 업체 댄포스는 고효율 DC 컴프레서를 생산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관련 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전력은 최근에서야 프랑스 알스톰그리드와 합작사 `KEPCO 알스톰 파워 일렉트로닉스 시스템즈(KAPES)`를 설립하고, `초고압직류(HVD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전기기 업체들도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비롯해 변압기, 밸브 등 관련 설비 국산화에 그친다.

가전업계도 몇몇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가정 내 110V에서 220V로 승압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며 “인프라가 바뀐 후 대응을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히터·필터·컴프레서 등은 전기 규격에 맞게 새롭게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DC표준화는 에너지 소비 증대와 함께 효율 확보를 위해 검토가 시작됐다. DC는 장거리 송전에도 손실률이 적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대부분이 직류로 생산돼 변전이 불필요하다. 최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디지털기기는 DC 전원을 사용하며 이 때문에 AC 전환을 위한 컨버터를 내장한다.


【표】직류와 교류 차이점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만 소외된 '글로벌 직류 표준화' 이러다가…

김준배·유창선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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