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중국발 리스크 갈수록 커진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시장인 동시에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최근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 수급 여건에 핵심 변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세·특허·경쟁법 등 다양한 위협 요인이 잠복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LCD 패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관세 인상, 특허전쟁,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경쟁법 가동 등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다방면에 걸쳐 중국발 뇌관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LCD 가격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공장 가동률을 90% 안팎으로 조절하고 있지만, BOE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은 자국 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곳곳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들어갔다. 추가 투자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오는 2015년 이후에는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유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중국 TV 제조사들이 자국 LCD 패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어 국내 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TV 제조사들의 자국 패널 구매 비중이 급성장해 오는 2015년 이후 5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관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셀과 패널 관세를 3%에서 5%로 인상했으나 최근 8%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키는 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 ITA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되면 무관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TA 대상이 되는 반도체를 포함해 전기전자 제품 대다수는 이미 무관세다. 우리 정부는 첨단 IT제품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도 ITA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 패널 산업 보호를 위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ITA 확대 협상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ITA 적용 반대를 위한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면 ITA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되더라도 상당한 유예 기간을 적용할 수도 있다.

향후 첨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과의 특허전도 업계가 걱정하는 이슈다. 중국은 올 8월 대구에서 열릴 IMID에 이미 수십편의 논문을 접수할 정도로 신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이들 기술을 특허와 연계해 중국 시장에서 특허전을 펼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특허전이 벌어지면 어떤 기술이든 내수 시장을 무기로 자국 업체들에 유리한 판결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법을 남발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의 경쟁법은 크게 반독점법, 가격법, 반부정당경쟁법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활용해 해외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은 자국 패널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부터 관세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향후 중국 패널업체들이 기술 기반을 다진 후에는 자국 시장에 유리한 특허 정책을 펴거나 특허전도 불사할 수도 있으니 미리 방어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중국발 리스크 갈수록 커진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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