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에 대해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 있다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만 할 수 있다`와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 사실뿐이다. 하지만 과연 성우는 목소리가 좋은 사람만 할 수 있고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사람일까? 그 답을 무릎팍 도사, 동물 농장, 위기 탈출 넘버원 목소리의 주인공 안지환 성우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성우는 목소리가 좋아야만 할 수 있다?
성우는 목소리가 좋아야만 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지환 성우는 “목소리가 좋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뭘까?”라고 반문했다. 대부분은 이 질문에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듣기 좋은 목소리는 결국 안정적인 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감정을 나타낼 때 톤의 차이로 표현이 된다. 사람들은 적대감을 나타내거나 관심을 표현할 때 사람의 목소리가 변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목소리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톤만 변한다. 발음 또한 좋은 목소리에 영향을 끼치지만 톤에 더 집중해야 한다. 톤은 좋은 목소리의 핵심이다.
◇성우는 목소리로만 연기하면 된다?
“성우는 모든 연기에 액션을 동반하지만 목소리만 나올 뿐이다.” 그가 말하는 액션은 몸짓도 있지만 표정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가령 화내는 표현을 할 때 목소리로만 화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정이 일그러지고 난 뒤 말을 해야 정말 화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안면 피드백` 현상이라고 한다. 표정 뒤에 감정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전화를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만 들리는 통화라 할지라도 얼굴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나의 기분과 상황을 금방 알아차리게 되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을 해도 이미 나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다.
◇대본에만 시야를 좁히는 버릇은 금물
안지환 성우는 대본에만 시야를 좁히는 버릇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성우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조차도 흔히 하는 실수다. 대본에만 시야를 좁히는 버릇은 고개가 숙여져 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물이 아닌 대본과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라디오 드라마는 대본이 아닌 극중 다른 인물과 대화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레이션은 라디오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성우의 좋은 소리는 고개를 들고 대본을 살짝 든 상태를 유지하는 바른 자세에서 나온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일일이 수강생들에게 조언을 해 준 뒤 강연이 끝났다. 강연만으로 궁금한 것이 아직도 많아 성우 안지환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성우 안지환을 만나서 묻다! 다음은 안지환 성우와의 일문일답이다.
-그래도 성우라면 톤보다 타고난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나
“나는 성우치고는 좋은 목소리가 아니다. 내가 성우 시험을 보러갔을 때 성우 시험장에서 지원서에 풀로 사진을 붙이고 있는데 지원자 중 한명이 나에게 `죄송한데 풀 좀 빌려주시겠어요?`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 사람이 유독 좋나했더니 시험장 안에 모든 지원자들의 목소리가 모두 남달랐다. 이 평범한 목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많은 연습을 했다. 연습해보니 타고난 목소리는 바꿀 수는 없더라. 그럼에도 나는 많은 프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좋은 성우는 목소리의 옷을 잘 갈아입으면 된다. 즉 톤과 연기로 배역을 잘 맞춘다는 이야기다. 연습을 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목소리보다 집중해야 될 것은 배역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이다.”
-무릎팍 도사, 동물농장에서의 독특한 목소리는 어떻게 만든 것인가
“뉴스 프로그램에 중요한 헤드라인을 전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기자, 앵커, 아나운서 속에서 그들이 못하는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1996년에 강릉 무장공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강하고 간결하게 나만의 목소리로 헤드라인을 전했다. 그 때 주목을 받았다. 뉴스 시청률이 2% 올라갔다. 그 이후로 3개 방송국에 모두 성우들이 들어가게 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성우로서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뮤지컬이라는 다른 분야에 진출할 필요가 있었나
“사람들이 나보고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에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방송 관계자들이 많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번에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면서 정말 좋았다. 어릴 적 내 꿈은 성우가 아니고 연기자였다. 그래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이 즐겁다. 나는 아직 멈추기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성우 지망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마지막 조언이 있나
“세상은 잘 한 사람과 못 한 사람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해본 사람과 못 해본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해본 사람은 후회가 생길 진 몰라도 결코 후회만 있지 않다. 추억과 경험이 생긴다. 하지만 못 해본 사람은 오직 후회만 남는다.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삶의 목표는 무조건 해보는 것이다. 일단 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 용기를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