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내년 1월 시행되는 FATCA 대응, 무엇을 해야 하나

#국내 시중은행인 A은행은 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김현수(가명)씨의 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얻은 수익의 30%를 원천징수 당했다. 미국 납세자의 계좌정보를 미 국세청에 보고해야 하는 미국 해외금융기관 계좌 신고제도(FATCA)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A은행은 계속해서 미국 납세자 계좌정보 보고를 누락해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가 어려울 정도의 제재를 받았다.

[CIO BIZ+]내년 1월 시행되는 FATCA 대응,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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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영업창구

이는 가상의 이야기다. 그러나 내년 1월 FATCA가 세계적으로 시행되면 현실화 될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다수 국가와 FATCA 협약을 체결해 해당국가 금융회사가 미국 납세자의 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하면 수익의 일부를 원천징수하는 등 제재도 엄격하게 적용한다. 국내에서는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수신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모두 포함된다. 은행연합회 등이 최근 FATCA 대응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다수 금융회사는 아직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FATCA 시행, 미국 납세자 파악 시급

FATCA가 시행되면 금융회사는 가장 먼저 금융거래 이용자가 미국 납세자인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금융회사는 계좌 개설 시 이용자 주소를 기입하도록 돼 있지만 , 이용자가 미국 납세자인지는 파악하지 않는다. 미국 납세자인지 판단은 미국 국적, 미국 거주 기간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한다.

미국 납세자의 증빙서류도 갖춰야 한다. 미국 납세자로 추정하는 이용자에게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관련 서류를 받아야 한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비협조 이용자는 별도 관리도 필요하다. 금융회사는 미국 국세청에 미국 납세자의 계좌정보, 잔액정보, 소득정보 등을 우리나라 국세청을 거쳐 보고해야 한다.

이 제도는 내년 1월 시행돼 18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적용된다. 유예기간이 지나면 보고 불이행에 따른 제재도 가해진다. 미국 납세자 보고를 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미국에서 발생된 수익의 30%를 원천징수하는 제재가 이뤄진다. 2017년부터는 금융자산 전체에 적용, 30%를 원천징수하는 제재도 시행된다.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금융자산 전체에 원천징수가 이뤄지면 미국과의 금융거래는 사실상 차단 된 것과 다름없다”며 “해외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고 말했다.

◇FATCA 대응, 프로세스 개선과 시스템 구축

국내 금융회사의 FATCA 대응은 프로세스 개선과 전산시스템 구축 두 가지다. 먼저 기존에 수행하지 않던 미국 납세자 여부를 판단하는 신규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납세자 추정인에 증빙서류 요구와 이들에 대한 관리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가장 발 빠르게 준비하는 곳은 은행권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 공동으로 FATCA 운영모델 마련 컨설팅을 시작했다.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FATCA 시행에 따른 국내 은행의 운영모델과 전산요건, 내부통제 기준과 절차 등을 만든다. 은행별 업무영향도를 분석 최적의 대응 방안도 도출한다.

운영모델이 마련되면 은행들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착수한다. 대부분 컨설팅이 완료되는 8월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 필요한 전산 시스템은 △고객식별 시스템 △연간보고 시스템 △원천징수 시스템 등이다.

이중 고객식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금융거래 이용자 정보 기반으로 미국 납세자 여부를 식별하는 시스템이다. 증빙서류 요청 등 이력관리도 한다. 연간보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미국 납세자의 계좌정보 등에 대한 이력관리 기능도 갖는다.

원천징수 시스템은 미국 납세자로 추정되는 증빙서류 비협조 이용자에게는 소득의 30%를 원천징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자계산 모듈에 원천징수 기능을 추가해 개발한다. 프로세스 개선과 전산 시스템 구축에 대형 은행은 많게는 5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전문가 부족 등 어려움 많아

FATCA 대응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FATCA 대응을 추진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FATCA는 세계적으로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법률·세무·금융·전산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국내 관련 전문가는 매우 적다. 자칫 잘못된 대응으로 혼선이 발생될 수도 있다.

은옥주 SK C&C 금융컨설팅팀 위원은 “FATCA는 수신을 취급하는 모든 국내 금융기관은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FATCA 분야 전문가가 부족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FATCA 대응이 `디마케팅`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납세자 여부를 확인,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면 이들의 수익 중 일부는 미국 세금으로 징수된다. 따라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미국 납세자는 해당 금융회사와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이런 요인으로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규제만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FATCA 적용에 따른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직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적극적인 대응을 못한 원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FATCA 제도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원천징수 부분이 예외적용될 수도 있다.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는 양식도 아직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대형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의 대응이 늦은 것도 우려 사항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FATCA 적용에 따른 환경변화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FATCA 솔루션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계다. 현재 FATCA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은 국내기업 포함 2개 뿐이다.


FATCA 시행에 따른 금융회사 대응 방안

자료: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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