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지 두 달이 흘렀다.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태 이후 국가적으로 보안 투자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보안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 지수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일본 등 해외 사업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와 실적이 이어지고 있고, 3·20 사태와 별개로 올 1월 시행에 들어간 개인정보보호법의 영향으로 DB암호화 시장은 성장세다.
◇온돌이 달궈지는 데 시간이 필요
국내 주요 보안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는 좋지 않다. 일본 사업에서 호조를 보이는 윈스테크넷 등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백신업체들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안랩은 올 1분기 매출 277억원, 영업이익 76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5% 줄었다.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94억원에서 121억99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스트소프트 역시 1분기 회사 전체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알약 백신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은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시현했다.
서버보안 기업인 시큐브도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7억2400만원, 영업손실은 6억9200만원이었다.
이 같은 1분기 기상도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조직개편 작업이 늦어지면서 공공부문 사업 발주시기가 늦춰진 데다 3·20을 계기로 투자계획이 재조정됐기 때문이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었다.
보안 기업 관계자는 “장·차관 인사가 늦춰지고 기업의 예산집행 역시 연기되면서 보안 기업들이 1분기 많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3·20 사태를 두고 “이왕에 이럴 거였으면 좀 빨리 터지지”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최원식 포티넷코리아 사장은 “(투자 확대에 관한)말은 많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검토를 하고 있다”며 “다행히 5월 중순부터 서서히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안기업들은 6월 이후 금융권 및 대기업의 투자가 본격 집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망분리, 지능형지속위협(APT) 방어 솔루션이 유망 분야로 꼽힌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통합계정권한관리 수요도 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영향을 받은 DB암호화 수요도 꾸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큐브 서재원 상무는 “전통적으로 보안업체들이 1분기 실적은 약하다”며 “3·20 사태를 계기로 통합계정권한관리 수요가 늘고 있어 이 부분의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무선 보안은 상대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당초 모바일 보안을 위해 책정했던 예산이 APT 대응 솔루션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망분리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망분리 솔루션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망분리와 관련한 솔루션 역시 수요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차세대 방화벽이다.
올 1월 1일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영향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케이사인, 신시웨이, 이글로벌 등이 각축을 벌이는 DB암호화 시장은 정부가 이행 실태 점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문의와 도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요 보안기업 1분기 실적 현황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