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입`을 자처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손`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 공과(功過)는 묻혀버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꼽씹어 볼 것은 찬찬히 생각해 봐야 한다. GM 회장의 `블러핑`으로 시작된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은 다시 한 번 상기시켜봐야 할 문제다.
댄 에커슨 GM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얘기했다. “엔저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될 경우, 80억달러의 한국 투자를 변함없이 진행할 것이다.”
마치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회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GM은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은 통상임금 문제를 다시 정부 간 협상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국내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겠다”고 화답했다. GM 입장에서는 가장 듣고 싶었던 발언이었을 것이다.
에커슨 GM회장의 발언을 굳이 블러핑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그가 이미 수개월 전 `(북한 위기가 고조되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기 때문이다.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80억달러의 한국 투자가 오락가락한 셈이다. 긴박해진 우리 정부는 대통령까지 직접 현지로 날아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결국 GM은 통상임금 문제를 국내 투자와 연계해 우리 정부와 산업계를 압박한 것이다. 마치 자신의 카드를 숨기고 강한 베팅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블러핑 전략과 다르지 않다. 이제 다음 베팅 순서는 우리에게 넘어왔다. 한국지엠이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냉철히 따져보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판세는 이미 기울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양종석 전자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