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무선 충전 `온라인 자동차`

지구 온도가 섭씨 0.65도 이상 오르면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지구 환경 상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구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혁명 이후 온난화를 섭씨 2도 미만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정했지만 지속된 석탄·석유 연료의 사용으로 이제는 단 0.65도 여유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들어갔지만 기존 기술로는 역부족하다. 여기에 석탄·석유 에너지마저 고갈되고 있어 대안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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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버스 등 교통수단은 탄소원료가 주 동력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나오지만 주목받고 있는 것은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 자동차다. 필요성은 크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하는 산이 많다.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문제가 그 중 하나다.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크며 무겁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만 주행거리는 짧은 단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존 전기 자동차의 한계를 극복한 온라인 전기 자동차(OLEV, On-Line Electric Vehicle) 기술을 개발했다. 도로를 충전소로 활용해 실시간 대용량 무선 충전이 가능한 신개념 전기 자동차 시스템이다. 비접촉 충전 기술을 이용해 주행 및 정차 중 충전이 가능한 원천 기술도 확보했다.

KAIST는 온라인 전기 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차량 주행 및 정차 중 무선으로 대용량 에너지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SMFIR(자기공진 형상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상용 운행에 필요한 이격거리(20cm), 전력전달 효율(85%) 및 집전용량(100kW)과 전자파 인체 안전성(최대 56mG) 또한 확보했다. 온라인 전기 자동차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도로 밑에 매설된 전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차량 하부에 장착된 집전장치를 통해 효율적으로 모아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차량을 운행하는 신개념 자동차다.

온라인 전기 자동차 기술은 차량 출발점과 종점, 정류장 및 교차로 등 전체 노선의 약 20% 정도에 급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충전 시스템이 갖춰진 온라인 전기 자동차만 인식해 대기 전력 손실도 감소시켰다. 일반 도로를 충전소로 활용해 달리면서 실시간으로 무선 충전이 가능한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감전 위험을 줄여 안전성을 확보했고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배터리 용량을 최대 5분의 1로 줄여 배터리 가격· 무게 등 기존 문제점을 해결해 전기 자동차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술이다.

개발 중인 기술은 상용화 시 걸림돌인 배터리 문제와 충전 인프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확보한 원천 기술로 미래 무선 충전 수송 시스템 신 시장을 주도하고 기술을 선점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은 이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온라인 전기 자동차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신성장동력 과제로 선정된 이후 2010년 과천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에 시범 적용해 상용 운행하고 있다. 또 2012 여수 엑스포에서는 무선 충전 전기버스를 운행했다. 올해 7월부터는 무선 충전 전기버스를 실제 대중교통에 적용해 구미시 버스노선 왕복 24km 구간에서 2대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전기 자동차 기술은 차량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KAIST는 철도 시설 공단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총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되는 과제는 고속철도용 대용량 급전 인버터 기술 개발부터 대용량 집전 시스템의 성능평가와 기술개발까지 진행된다.

기술 상용화는 교통수단 전반에서 이뤄질 방침이다. 먼저 버스 대중교통 시스템에 접목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입증하고 이후 철도 및 항만 시스템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고속철도인 KTX의 운행속도 제약을 해결하고 터널 공사 비용등이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기 승용차에 적용해 기술 시장성을 넓힌다는 목표다.

KAIST 연구 성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KAIST의 온라인 전기 자동차는 지난 2010년 11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 50대 발명품에 선정됐다. 또 올해 2월에는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유망기술 글로벌 의제 위원회(Global Agenda Council on Emerging Technologies)에서 `2013년 세계 10대 유망 기술`로 인정받았다.

세계 최초 연구 개발한 SMFIR 원천기술 등 상용화 노력도 활발하다. KAIST는 지역별로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미국 지역에서 급전선로 인프라 구축, 차량 제작 및 운영관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조동호 KAIST 교수는 “온라인 전기 자동차 기술은 전기 교통수단의 경제성을 높이며 기존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무선 충전 전기 버스가 올 하반기부터 실제 노선에 투입되고 해외 대학 등과의 제휴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 곧 우리 생활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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