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조용필이 자기 노래 부를 때도 저작권료를 낸다?

음원시장 확대와 분쟁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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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의 귀환과 함께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발매된 새 앨범 `Hello` 인기와 동시에 과거 음반사와의 계약 내용 때문에 히트곡 중 상당수의 저작권을 갖지 못했다는 소식에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인터넷에도 조용필 씨에게 빼앗긴 저작권을 되찾아주자는 목소리가 뜨겁다. 다음 아고라에는 저작권 반환 서명운동이 벌어져 이미 2만여명이 동참했다.

서명운동의 취지는 이렇다. 조용필 씨가 지난 1986년말 지구레코드 임정수 회장과 음반 프로덕션 계약을 하면서 `고추잠자리` `창밖의 여자` 등 31곡에 대한 `저작재산권 일부 양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저작권에 대한 가요계의 인식이 낮은 데다 조 씨가 계약 당시 착오를 했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특히 조용필 씨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명운동은 크게 확대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팬들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양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임 씨 측은 저작권을 되돌려줄 이유가 없다. 지난 2000년에 이미 계약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난 상황이라 뒤집힐 가능성도 낮다. 또 조 씨 역시 임씨에게 양도한 것은 음반을 복제해 배포하는 권리뿐이기 때문에 공연할 때 이 31곡 중 여러 곡을 불러도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다.

조용필 씨 측 변호인도 “이미 법원에서 31곡에 대한 저작권은 임씨 측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 노래 아닌 가수에게도 6% 권리 부여

조용필 씨와 지구레코드 임정수 회장 간 분쟁의 핵심은 저작권 양수도 계약이다.

이번 사례처럼 저작권은 양도가 가능한 재산권이다. 지난 2009년 법 개정으로 권리기한도 사후 50년에서 70년까지로 연장됐다. 임 회장은 지난 2006년 작고하면서 상속권자에게 31곡의 저작권도 이전됐다. 앞으로도 63년동안 조용필 씨의 곡을 지구레코드가 복제·배포할 수 있다.

팬들 입장에선 안타깝지만 상호간에 체결된 계약인 만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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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용필씨는 31곡에 대해서도 노래를 부르면 저작인접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저작인접권자란 저작물을 해석하고 노래로 전달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저작물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가수나 연주자를 의미한다. 음악을 전파함으로써 가치를 증진시킨 결과를 인정받는 것이다. 음원이나 음반 판매에 대한 대가뿐아니라 매장이나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공연 보상을 받는다.

일례로 600원 짜리 다운로드 음원 한곡에 대해 유통업체가 40%(240원)을 가져간다. 나머지 60%(360원)를 음반제작자, 작사자·작곡자, 연주자·가수 등의 실연자의 순으로 각각 44%(264원), 10%(60원), 6%(36원)를 가져가게 된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면 조용필씨는 31개 곡에 대한 저작권료 전체의 6%, 지구레코드 측은 54%를 분배받는다.

지난 2011년에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고 저작권인접권자인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의 권리규정을 신설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 바뀌면서 권리자의 몫이 더 커졌다. 권리자들은 저작 음원에 대해 개정 전에 비해 최대 25% 가량 늘어난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다. 저작권법 발전과 함께 음악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고 수혜자도 확대된 결과다. ◇시장 커지면서 저작권도 커지는 분위기

전문가들은 조용필씨 저작권 소송이 저작권에 대한 낮은 인식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조용필 씨가 지구레코드와 계약한 1986년 당시에는 저작권에 대해 이해하는 가요관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특히 곤궁한 처지의 가수나 작곡가는 저작권이 향후 다양한 상품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급하게 계약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시대상황이 바뀌면서 음악인들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 저작권의 범위가 확대되고 권리자도 크게 늘면서 분쟁이 늘어난 구조다.

그는 이어 “음악인들이 법률이 변하는 시대상황에 맞춰 권리를 찾는 노력을 줄이고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권리자의 몫을 제대로 챙겨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는 음악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산업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까닭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저작권법이 2009년 개정된 후 매년 5000만원 이상 저작권료를 챙기는 작사·작곡가가 200여명에 이른다”며 “저작권법의 발전과 함께 음악시장 생태계도 선순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