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T 사장 "T·G·I·F가 생태계 만들 때 우리는 보조금으로 싸우고 있었다"

“1~2년 전부터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역량만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와 어떻게 생태계를 구성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땠습니까.”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8일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반성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내 통신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제휴를 늘리는 것이 아닌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확보 전쟁, `폐쇄적 사업구조(Walled Garden)`에 매몰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는 이 같은 반성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선포한 `비전 2020` 경영방침에 맞춘 `행복동행`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핵심은 통신사업자 본연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고객에게 행복을 줌과 동시에 `사회와 함께 동행`하겠다는 것이다.

◇`TGIF`에 빼앗긴 열린 생태계 주도권 찾는다

하 사장은 “트위터·구글·애플(아이폰)·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계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이른바 TGIF에 경쟁 주도권이 넘어갔다”며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빨리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3년간 최소 6000억원을 투자하는 헬스케어와 B2B솔루션·미래형 R&D 등 1조2000억원 규모의 ICT융합사업 프로젝트와 창업지원, 빅데이터 허브 구축 등 3가지 주요 `동행` 사업은 모두 SK텔레콤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하 사장은 “개별기업 혼자 힘으로 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어떤 기업이든 참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SK텔레콤의 새 사업계획도 여기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대 프로젝트 이외에 △ICT 활용 전통시장 활성화 △의료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메디폰(Medical+Telephone)` △소외계층·지역 대상 교육격차 해소 등 실행 계획을 밝힌 다른 프로젝트도 시장 상인이나 관계당국·벤처기업과 협업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하 사장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 당사자들이 모여 같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끔 장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가입자 혜택 대폭 늘린다

과도한 차별적 단말기 보조금은 시장의 건전성은 물론이고 통신사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 먹어왔다는 지적이다. 하 사장은 “(보조금이라는) 단순 가격이 아닌 기대 이상의 혁신적인 상품 서비스를 받을 때 고객은 행복함을 느낀다”며 “이건 가치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보조금 대신 음성통화 무제한 서비스를 비롯해 통화품질 강화 등 이미 진행했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장기 가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가입기간 연계 리워드(reward)`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장기 가입자를 최고 VIP로 대접하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새 프로그램은 정부 인가를 거쳐 조만간 출시된다.

또 SK텔레콤 자체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유통사나 포털사업자 등 외부 기업과 적극적 협력·제휴로 차별적 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하 사장은 경쟁의 축을 보조금 대신 이러한 서비스로 옮겨올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경쟁사가 무제한 요금제를 먼저 내놓은 것에 대해 내부 회의에서 `박살`을 냈다”며 “서비스 선도 리더십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와 개통을 한 곳에서 못하면 불편해지는 만큼 주객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1조2000억원 어디에 쓰이나

하성민 SKT 사장 "T·G·I·F가 생태계 만들 때 우리는 보조금으로 싸우고 있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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