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공부 끝에 정보통신 기술사 자격증을 땄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자면서 공부했다. 기술사를 딴 후에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다시 6년에 걸쳐 한양대와 전남대에서 정보통신 분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익순 수원지방검찰청 통신계장의 주경야독 스토리가 화제다. 그는 법무부에서 정보통신 기술사와 박사학위를 모두 가진 유일한 인물이다.
김 계장은 1994년 검찰 일반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여러곳에 취직이 됐지만 어머니는 검찰청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돈이 많지도 소위 `빽` 이 있지도 않은 그에게 검찰은 최고의 직장이었다.
특별한 일 없이 생활하던 그에게 2000년 인생을 바꿀 전환점이 찾아왔다. 8급으로 승진 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쉬는데 선배님(계장)이 신문지로 얼굴을 가린 채 코를 골면서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10년, 20년 후 바로 내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이공계 사법시험`으로 불리는 기술사 자격증을 도전하기로 했다. 많아야 1년에 10명이 통과하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사실 석·박사 과정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단순한 이유로 선택했다.
그야말로 무식하게 공부 했다. 정보통신기술사 사이트 가입 후 주어지는 2~3일간 무료 강의 체험 기간에 밤을 새워 동영상 강의를 들었다. 60만원 했던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조건 하루 8시간 이상 동영상 강의를 들었다”며 “공부할 시간이 아까워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고 거의 사무실에서 먹고, 공부하고, 잤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모두가 응원한 것은 아니었다. “승진에 도움도 안 되는 자격증을 뭣하러 따냐”며 비아냥 거리는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그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자격증 취득 후 법무부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검찰, 교정, 출입국, 보호관찰소 등 법무부 소속기관 신축청사 정보통신 분야 기획, 설계, 감리, 감독 업무를 담당해 달라는 제의였습니다.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평범한 검찰 일반직 공무원에서 정보통신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욕심을 냈고 다시 6년을 공부해 올 봄 전남대에서 정보통신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올 가을에는 겸임교수로 경희대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김 계장은 얼마 전 검찰청 내부 자유게시판에 `스티로폼 위에서 뒹굴던 김 군 지금은!`이라는 사연이 올라오며 유명인사가 됐다. 그와 가까운 지인이 올린 이 글은 순식간에 4000건 이상 조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 계장은 자신의 좌우명을 “어제의 고난이 오늘의 나를 일어서게 하며, 오늘 흘린 땀이 내일 꿈의 열매로 보답하리라”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무선 네트워크 등 검찰의 업무 환경을 혁신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